본문 바로가기

book-ing

(37)
권여선-각각의 계절 사슴벌레식 문답 실버들 천만사 하늘높이 아름답게 무구 깜빡이 어머니는 잠못이루고 기억의 왈츠 권여선은, 푸르른 틈새부터, 30년째 읽어왔다. 그녀는 새처럼 생겼다. 마르고, 작고, 날아갈 것 같다. 안녕 주정뱅이랑, 음식 에세이, 토우,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등등, 사슴벌레식 문답은 후일담 소설이라고 싸잡아 말해도 되나, 공지영이 아예 장르를 만들어 돈 엄청 벌고 많이 유명해졌지. 40년 후의 후일담 소설이라니, 부영, 정원, 경애, 준희, 도대체 그렇게 큰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와요. 어디로든 들어와,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이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되 권여선의 유머 감각과 지성은 이런데서 빛나고, 딱 내 ..
로마 이야기-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만 몇 년째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작지만,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썼다. 지금이야, 실리콘 밸리를 인도인들이 장악하다시피해서, 인도식 영어강습 학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 공과 대학을 나온 이과 천재가 아니다, 67년생 보스턴 대학 영문과를 나온 여성이다. 문과 여자란 말이다. 검은 머리와 피부에 큼직한 이목구비, 이국의 향신료 향을 풍기는 그녀가 미국, 그것도 찰스강 부근 보스턴에서 버텨온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이민자라서, 나도 가난했고, 나도 촌스런 옷을 입고 다녔고, 나도 자부심 강한 부모와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았다. 나 역시 그 시대의 다문화 가족이어서랄까, 한민족이어야 한다고, 단일 민족이어야만 한다는 말이 우격다짐같고 두려웠다. 그러다가, 작가로서 정점에 이르..
도서관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햇살은 따뜻한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날 도서관에 갔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람들이 붐볐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렸다. 호원숙의 "나는 튤립이에요"를 빌리려는데 유아용 도서층으로 가란다. 최영미의 "안녕 내사랑" 예전에 김희선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 제목이었는데, 오래 기억난다. 안녕 내사랑, 헤어지는 인사일까, 만나서 하는 인사일까, 나는 아무래도 헤어지는 인사같다. 만난다면, 안녕 내 사랑이라 하지 않고, 달려가 목을 껴안고 매달릴 테니까, 얼굴을 부비며 키스하고, 어깨와 등에 손을 둘러 껴안을 테니까, 손을 잡고 나란히 설테니까, 그냥 웃을 테니까 어떤 말도 필요 없으니까, "내 사랑"이란 말도 수상쩍다, 그럼 상대방은 "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멀어지며 하는 말..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매일 핸드폰만 보다가 눈 나빠지고 머리는 더 나빠지고, 이제 더 나이들면 못볼 거 같아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읽고 있어요. 러시아 소설 아시죠. 어떨 때는 알렉세이 다음줄은 알료샤, 또 그 다음줄은 어쩌고, 뭔 놈의 이름은 그렇게 헷갈리는지. 때려친 적 많았어요. 애칭, 별칭, 줄임말, 등등 같은데 등장 인물도 엄청나게 많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까라마조파의 형제들" 많이 추천했으나, 몇번 보다가 번번히 실패한 작품인데요. 왜 고전인 줄 알겠고, 왜 도스토예프스키가 위대한 작가인 줄 알겠고, 어째서 러시아가 무시못할 대제국을 이어나가는지 알겠습니다. 1/5 가량 읽었는데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두려울 정도로 정확하고 매섭습니다. 그건 러시아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한국의 김가네(..
바바라 쿠니-미스 럼피우스 1917년에 태어나 2000년에 죽은 바바라 쿠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있다. , 미스 럼피우스 , 해치와 거친 파도 등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바라 쿠니의 작품을 보면, 192-30년대의 미국 중산층의 삶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북유럽계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 생활과, 뉴욕과 보스턴의 삶을 풍속화처럼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그 당시의 인테리어, 의상, 건축, 도시, 기후 등을 고스란이 가져와 펼처놓는다. 삽화 하나하나가 우리로 치면, 박수근이나, 정선과 같은 풍속화이다. 그러니까, 1930년대 이민자 출신 미국 중산층 여인들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완서, 제인 오스틴, 타샤 튜더, 와 같은 여인의 초상이다. 나는..
이곳이 매일 좋아집니다. 마스다 미리. 팬덤이 만들어야 한다. 물론, 좋은 내용도 있었지만, 해리 포터에 나온 93/4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 기차에 올라타야 한다. 앞으로는 매일매일 뭔가 새로운 것을 익혀 가야 한다. 그래야 오사카에서, 언어의 터널의 지나, 도쿄로 온 미리, 미래가 반짝거렸던 미리. 좋아하는 것을 계속했던 미리,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문미순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란 책이 있다. 사실 나도 가난을 벗어난 지 꽤 오래지만, 여전히 가난하다. 사실 나는 마음이 가난한 거 같기도 하다 . 성경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 축복 있으리라 했는데, 고백컨데 축복을 기대할 가난은 아니다. 내 가난한 마음은, 남편 역시 그렇다. 구멍난 속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고, 여전히 싼 것을 검색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 텔레비전에서, 함익병 피부과 원장 아내가 울먹이며 " 남편은 여전히 가난을 못 벗어났다" 라고 말했다. 최소 수백억의 재산을 일군 자산가인데도, 주렸던 시절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 총생산이 10위권을 넘나드는 부국이 되고도, 가난한 사람들로 넘친다고 한다. 상대적 빈곤, 빈부 격차 때문이란다. 작가 문미순은 "우..
마른꽃-박완서 누구에게나 여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남자로 돌아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남여 사이를 지속하게 하는 아교는 정욕이다. 찍어붙이기 하지 마라, 노년의 성에 대한 책이다. 노인과 밥솥 남자 노인을 치워버리기 위한 젊은 여자들의 해치우기, 소위 말하는 지식인들의 그물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우리를 얽어매는가, 이야기 얼개가 끝내준다. Aquamarine, 바다에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린 한 남자가, 독하게 모은 보석이 한 푸대, 그게 바로 아쿠아 마린. 조선 호텔 근처에서, 보석상하던 친구 그 친구랑 카사노바 가면 보이던 노년의 부부에 대한 묘사, 대구의 결혼 식장, 혼자 분홍 한복 입고 갔다가, 표 겨우 구해 오다가,조 박사랑, 같이 구해서 고속 버스 타고 서울 올라오는 거, 런던 포그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