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빵-모스크바의 신사
좋아하는 음식을 물은 적이 있다. 떡볶이, 초코렛, 치킨 등 은 예상했지만, 곱창, 돼지국밥은 의외였다. 대부분 그 당시 유행하는 음식을 꼽는다. 대만 카스테라, 공차 였다가 요즘은 탕후루, 마라탕이라 대답한다. 한데 누군가 "소금"이라고 답했다. 아버지가 요리사셔서 귀한 소금을 여러가지 맛볼 기회가 있었단다. 소금 알갱이를 꺼내 혀 끝에 굴리면, 단맛, 쓴 맛, 짠 맛, 비린 맛, 흙 맛이 느껴진다 했다. 내게 묻는다면 "빵"이다. "빵"을 가장 좋아한다기보다는 "빵"을 마음껏 먹고 싶다. 어릴 적 "빵"은 내가 만질수도 없는 것이었다. 책이나 영화에서만 존재했다. 상상하고 바라만 보면서 애를 태웠다. 빵은 축제였고, 서구, 문화, 세련, 부유의 상징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내 꿈은 "아침은..
도둑맞은 가난,
한동훈이 "스타벅스는 서민들이 못오는 곳"이라 하고 백사 마을 가서, 연탄을 날랐다고 한다. "도둑맞은 가난"을 가져와, 매번 선거때마다, 서민을 위하는 척 연기하는 정치인들을 비꼬는 칼럼도 보였다. 1971년 나목으로 여성 동아에 등단하여,40년간 "서 있는 여자"로 줄기차게 중산층의 허위와 속물의식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듯, 보여줬던 박완서 작가의 비교적 초기작이다. 가난도 도둑맞을 수 있을까, 구로동 쪽방촌, 노동 운동하던 대학생들과 여공의 이야기로도 얼마든 바꿀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봤던 소설이다. 다시 보니. 가난을 대하는 여러 태도가 보인다 상훈과, 상훈 아버지. 여 주인공과 그 부모님, 어머니의 친구들,, 박완서 - 도둑 맞은 가난 상훈이가 오늘 또 좀 아니꼽게 굴었다. 찌개 냄비를 열자 두부점..
소금 지방 산 열
나는 뭐든지 책으로 먼저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나서, 시작하는 사람이다 요리도 그랬다. 자취를 하면서 시작해서, 온갖 요리책을 다 샀다. 지금이야 유튜브로, 어지간한 요리를 다 할 수 있다지만, 그때는 책이 꽤 큰 지침이 되던 시절이었다. 요리책은 큰 판형이라 눈이 시원하고 음식 사진이며, 요리 도구를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했다. 여성 잡지 부록부터, 장선용, 최경숙, 심영순, 김영모, 이향방, 김은영, 박리혜 선생님 등 중식, 한식, 이탈리아 음식, 일식, 퓨전 가리지 않고 사서 따라했었다. 그런데.... 어렵사리, 재료 준비해 시키는 대로 했건만, 늘 그 맛도 모양도 나지 않았다. 실망도 꽤 컸다. 사다 남은 재료 처치하느라, 골머리를 썩혔고, 무엇보다 남..
권여선-각각의 계절
사슴벌레식 문답 실버들 천만사 하늘높이 아름답게 무구 깜빡이 어머니는 잠못이루고 기억의 왈츠 권여선은, 푸르른 틈새부터, 30년째 읽어왔다. 그녀는 새처럼 생겼다. 마르고, 작고, 날아갈 것 같다. 안녕 주정뱅이랑, 음식 에세이, 토우,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등등, 사슴벌레식 문답은 후일담 소설이라고 싸잡아 말해도 되나, 공지영이 아예 장르를 만들어 돈 엄청 벌고 많이 유명해졌지. 40년 후의 후일담 소설이라니, 부영, 정원, 경애, 준희, 도대체 그렇게 큰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와요. 어디로든 들어와,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이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되 권여선의 유머 감각과 지성은 이런데서 빛나고, 딱 내 ..
로마 이야기-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만 몇 년째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작지만,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썼다. 지금이야, 실리콘 밸리를 인도인들이 장악하다시피해서, 인도식 영어강습 학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 공과 대학을 나온 이과 천재가 아니다, 67년생 보스턴 대학 영문과를 나온 여성이다. 문과 여자란 말이다. 검은 머리와 피부에 큼직한 이목구비, 이국의 향신료 향을 풍기는 그녀가 미국, 그것도 찰스강 부근 보스턴에서 버텨온 이야기들이었다. 나도 이민자라서, 나도 가난했고, 나도 촌스런 옷을 입고 다녔고, 나도 자부심 강한 부모와 다른 언어를 쓰며 살았다. 나 역시 그 시대의 다문화 가족이어서랄까, 한민족이어야 한다고, 단일 민족이어야만 한다는 말이 우격다짐같고 두려웠다. 그러다가, 작가로서 정점에 이르..
도서관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햇살은 따뜻한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날 도서관에 갔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람들이 붐볐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렸다. 호원숙의 "나는 튤립이에요"를 빌리려는데 유아용 도서층으로 가란다. 최영미의 "안녕 내사랑" 예전에 김희선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 제목이었는데, 오래 기억난다. 안녕 내사랑, 헤어지는 인사일까, 만나서 하는 인사일까, 나는 아무래도 헤어지는 인사같다. 만난다면, 안녕 내 사랑이라 하지 않고, 달려가 목을 껴안고 매달릴 테니까, 얼굴을 부비며 키스하고, 어깨와 등에 손을 둘러 껴안을 테니까, 손을 잡고 나란히 설테니까, 그냥 웃을 테니까 어떤 말도 필요 없으니까, "내 사랑"이란 말도 수상쩍다, 그럼 상대방은 "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멀어지며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