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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가 처음 먹은 똥과 젖, 엄마가 널 임신했을 때 갑자기, 담배 냄새가 싫어졌다. 입덧이 심해서, 어떤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입덧이 잠잠해질 무렵에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었다. 하겐다즈를 매일 한통씩 먹고 잤더랬다. 그러다가 충무 김밥을 그렇게 먹고 싶었다. 김에 흰 쌀밥만 싸서, 무우김치랑 오징어를 무친 것을 먹고 싶어서 압구정 현대 백화점에 자주 갔다 그리고 입덧이 진정되고 나선 얼마나 잘 먹었던지. 몸무게가 무려, 20키로 넘게 불었다. 현우야, 넌 태어나면서, 태변을 먹고 태어났어. 그러니까, 똥을 먹고 태어나서, 말이다. ㅋㅋㅋㅋ 아빠가 두고두고 놀렸지. 김낙연 선생님은 태변 먹고 태어난 아이라 잘 봐야 한다고 했고, 산부인과랑, 산후조리원으로 옮기느라, 모유를 못먹일 뻔했지. 현우가 네가 처음 먹은 음식은 태변이고..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문미순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란 책이 있다. 사실 나도 가난을 벗어난 지 꽤 오래지만, 여전히 가난하다. 사실 나는 마음이 가난한 거 같기도 하다 . 성경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 축복 있으리라 했는데, 고백컨데 축복을 기대할 가난은 아니다. 내 가난한 마음은, 남편 역시 그렇다. 구멍난 속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고, 여전히 싼 것을 검색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 텔레비전에서, 함익병 피부과 원장 아내가 울먹이며 " 남편은 여전히 가난을 못 벗어났다" 라고 말했다. 최소 수백억의 재산을 일군 자산가인데도, 주렸던 시절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 총생산이 10위권을 넘나드는 부국이 되고도, 가난한 사람들로 넘친다고 한다. 상대적 빈곤, 빈부 격차 때문이란다. 작가 문미순은 "우..
신촌 세브란스 윤지영에게 윤지영, 잘 지내니? 어제 나는 초록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필라테스에 갔다. 현우랑 미국 갔을 때 산 옷이란다. 마트에서 거의 낚은 거지. ㅋㅋㅋ 훔친 건 아니고, ㅋㅋ 그 초록 원피스가 널 데려다 주었단다 팔이 길고 아름다운 선생님과, 다른 회원 한분 이렇게 셋이서 필라테스를 했지. 나는 항상 저주받은 몸땡이를 욕하며 이거나마 하지 않으면 천형의 몸둥이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며 운동한단다. ㅋㅋㅋㅋ 그 분은 너와 많이 닮아서 기억하고 있단다. 너처럼 길고 큰 눈을 가졌고, 너처럼 잘 생긴 이마와, 아이같은 하관을 지녔으며 너처럼 길고 탐스런 머리카락을 지녔거든.. 체격은 글쎄, 운동하기 전의 네 몸과 닮았단다. 어쩌다 그 분과 같이 운동할 때마다, 윤지영이랑 닮았네, 윤지영 잘 지내냐, 내 ..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이런 해석을 보면서 의문을 갖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 쇠가 뜨거울 동안 치라인데? 철판이 뜨거워지면 고기를 구워야 하는 거 아닌가, 쇠가 뜨거우면 절대로 만지면 안되는데, 쇠를 뜨겁게 해도 안되는 거 아닌가? ​ 예컨대 "낫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우물물에서 숭늉 찾는다. " 이런 우리 속담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동 떨어져 있듯이 "Strike while the iron is hot" 도 마찬가지입니다. ​ 김, 박, 이처럼 흔한 성, Smith는 그 조상들이 대장간같은 제조업을 했습니다. ​ 그들은 커다란 풀무 앞에서 뜨겁게 불을 피우고, 고철을 달군 후, 쾅쾅 내리쳐 모양을 만들어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냈지요. 시뻘겋..
달 항아리 저는 가끔 곳간에 갑니다. 제 보물들을 숨겨둔 곳이죠. ​ 바로 국립 중앙 박물관, 리움, 경주 국립 박물관...... ​ 어떤 날은 상감 청자를 꺼내어 플레이팅을 합니다. ㅎㅎㅎ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옥색 상감 운학문 매병에 물을 따라 마시는 게 낙이랍니다. ​ 또 마음이 복잡한 어느 날은 반가 사유상 앞에 섭니다. 함께 가부좌를 틀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채 미소지어봅니다. ​ 현우가 어릴 적 함께 가지고 놀던 찰흙들은 가야 토우들과 같이 두었답니다. ​ 뒤주 위 눈에 띄는 곳에는 달 항아리가 있습니다. 하얗지만, 노르끼리하기도 하고 푸른 빛도 감돌며 때로는 회백이 띄기도 합니다. 아무 문양은 없지만 자세히 보면 도공의 숨결이랄까요 바람이랄까요. 기랄까요. 그런 흐름이 전체를 에워싸고 있어요...
little forest-이런 먹방이라면 남이 뭔가 먹을 때 쳐다 보지 말라는, 말씀때문이었을까, 나는 먹방을 본 적이 없다. 먹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먹방이라면, 다르다. 그녀가 음식을 해 먹는 모습을 여러번 봤다. 그러니까, 세상에 "절대로"란 말은 함부로 쓸게 못된다. 정말로 배가 고파 본 사람은 먹방까지도 먹게 되어있다. 영화를 본 후 만화도 찾아봤는데 내용도 그림도, 모두 거칠었다. 도정하지 않은 낱알을 씹어먹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바싹 말라 거친 만화에서 나온 영화란 게 믿기 어렵다. 책만한 영화 찾기가 어려운데도 책보다, 훨씬 나은 영화이다. 그러니까, 다시 세상에 "절대로"란 말은 함부로 쓸게 못된다. 물론 말도 안되는 거 천지다. 저렇게 젊고, 하얗고 아름다운 여인이 홀로 저 깊은 산골에 들어와,..
냉면에 대하여(feat 낭만에 대하여) 원래는 이북음식이었다지요. 남한으로 피난온 북쪽 사람들이 고향의 맛을 그리며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속초의 명태 냉면, 부산의 밀면이 그렇듯, 그들은 고향을 그리며 타향의 물과 땅을 비볐습니다. 한 그릇 으로 말아 후루룩 먹고 국물까지 말끔이 비어내었어요. 그 추운 곳에서 , 그 겨울 , 얼음 낀 찬 국물에 메밀면을 말아서 먹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신기합니다. 여름엔 이열 치열, 겨울엔 이한 치한이란 말인가? ​ 그러다가 다시 냉면이 우리 모두의 상에 올라왔습니다. 옥류관의 냉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려할 때마다 그들은 밥상에 옥류관의 냉면을 올렸습니다. ​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국가에 가면 그 냉면을 맛 볼 수 있다지만, 저는 그 맛이 궁금했습니다. 꿩육수는 어떤 맛일까, 순메밀..
에레스 뚜, 합창하다. 초 중 고 반 대항 합창 대회 했던 기억 나세요? 지나고 보니 참 좋은 활동이었어요. 단언컨데, 합창을 한다면, 학교가 훨씬 좋은 곳이 될 거 같아요. 바람에 커튼이 날리고, 해가 기울어가는 복도를 긴 그림자가 되어 걸어가면, 이윽고 음악실 피아노 반주 소리, 비라도 오는 날이면 소리가 무겁게 발목까지 내려왔죠. 처음에는 악보를 읽을 줄도 몰라, 한마디, 한소절씩 배워가며, 알토, 메조 소프라노, 소프라노, 뭐 그렇게 파트도 나누고요. 전 뭐든 중간이라 ㅋㅋ 소프라노도, 저음이라 더더욱 매력적인 알토도 못하고 늘 메조 ㅋㅋ 나중에서야 남자 합창이 얼마나 멋진 지 알게 되었고요.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합창단 단원 되고 싶어요. 합창 마치고 어둑해진 교정을 나올 때 오소소한 추위, 혹은 팔다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