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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경전철 타고 군무를 의정부는 아주 먼곳, 예비군 훈련 받는 곳, 냉면과 부대 찌게, 장인 약과가 맛있다는 동네, 실은 미군 부대의 깊고 깊은 흉터가 남아있는 곳 처음 가본 의정부는 서울보다 2-3도 낮았다. 또 음식점과, 유흥주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데, 경전철이 지나고 있었다. 소래포구 협궤열차처럼, 조그맣게 빛나며 의정부 하늘을 지나다녔다. 오래된 도시의 전차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의정부라면 경전철을, KB 배구단을, 노란 유니폼입고 신나게 춤추며 응원하던 의정부 사람들을 기억할 거 같다. 의정부의 사람들도 나처럼 봄부터 가을 까지는 야구와 축구를 보고 배구와 농구를 보면서 겨울을 나겠지 물론 4년마다 한번씩 올림픽도 참가하고(출전은 아니다. 물론 ㅎ) 다시 4년마다 한번씩 월드컵도 나가고, (물론 출..
우륵을 들으며 걷다, 눈이 푸지게 내렸다. 눈을 맞으며 걸었다.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며 걷다가, 아니야, 눈 소리를 들어야지 싶어, 이어폰을 뺐다. 눈이 내리는 소리, 눈이 날리는 소리, 눈이 쌓이는 소리, 눈이 녹는 소리, 눈이 바스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다 다시 임윤찬의 연주를 들으며 걸었다. 반클라이번 콩쿨 우승 후, 그는 "우륵의 ‘애절하지만 슬프지 않은(哀而不悲)’ 가야금 뜯는 소리를 상상하면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고 답했다. 콩쿠르 파이널인 이 곡을 “어떤 울분을 토한 다음에 갑자기 나타나는 어떤 우륵 선생의 어떤 가야금 뜯는 소리가, 그런 부분이 있는데,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에 대한 이야기(로 담아냈다)”라고 했다. 18살 소년, 임윤찬은 우륵의 "애이불비"로 피아노를 풀어냈다..
빵굽는 타자기 운동하러 다니는 건물 1층에는 빵가게가 있다. 필라테스 마치고 지나가는 길, 빵 냄새는 얼마나 유혹적인지. 방금 구워낸 빵에서는, 아가처럼, 고소하고 향긋하며 달큰한 냄새가 난다. 뜨거운 커피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다 녹아 사라질 맛이리라, 모든 것을 다 잊고 오직 지금에만 몰두할 맛이리라, 비라도 내리면, 열이 밀가루, 버터, 우유를 부풀려 구워낸 향이 더욱 짙어진다. 소공녀 세라처럼, 성냥 팔이 소녀 처럼, 빵가게 진열 유리창에 매달려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한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그토록 먹고 싶어한 "흰빵"처럼 절하게 바라본다 우리로 치자면, 늘 꽁보리밥만 먹었으니 흰 쌀밥 먹는게 소원이었겠지. 하이디도 얼마든 살 수있는데, 아니 가게 빵들 다 살 수 도 있지만, 일년에 몇 번, 무슨 기념일이나 ..
What's in my back- Chanel. 먹방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저렇게나 많이 위에 꾸역꾸역 밀어 넣는구나, 나중에 탈날 텐데... 내 대신 많이 먹어봐, 그런데 위란 주머니는 대체 얼마나 불어나는 걸까, 그러나, " What's in my bag" 의 인기는 도무지 ... 유명인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냐가, 유튜브 인기 소재란다. 핸드폰, 화장품, 간식, 향수 등등, 하나씩 다 꺼내 들고 설명하고, 따라 사고, 대체 저게 왜 궁금할까, 저걸 믿는단 말인가, 그 핸드백의 대명사,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는 샤넬, 그 디자이너, 샤넬의 전반기 인생을 다룬 영화를 봤다. 그러니까, what's in her back 이다. ㅎㅎ 가브리엘이었다가 코코였던 시절의 샤넬 이야기이다. 샤넬이 환생한 듯 닮았다는 오드리 또뚜가 주연이다. 갈매기 눈썹과..
길상사의 목소리 10년만에 길상사에 갔다. 해가 떨어지긴 전, 11월이 오기 전, 겨울이 오기 전 길상사를 보고 싶었다. 삼각산 길상사에 들러 성모 마리아를 닮은 보살님을 만났다. 극락전을 지나쳐 진영각으로 갔다. 법정 스님께서 하루도 주무시지 않으셨다는 거처, 참 진. 그림자 영 벌써 사위는 어둑신했으나 온돌 바닥은 따끈했다. 맨 중앙의 스님 영정은, 그 분을 잘 모르고, 그 분을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가 그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신, 스님께서 평생 기워 입으신 저고리 행장이 반갑다. 세수 대야, 의자, 탁발, 세면 도구, 원고지... 음악을 즐기셔 들으시다 이또한 집착이라 하여 몇 번씩 던져 부셨다는 라디오, 그 모든 것들이 귀하디 귀하다 스님의 글씨는 힘차고 단정하며 거침없이 자유로우나, 옹이가 져있다. ..
Midnight in Paris-호우시절 제가 지병이자 불치병을 앓고 있어요. 시험이 다가올수록, 갑자기, 영화 보고 싶어지고, 책 읽고 싶어지는. 역시나 이번에도 시험 3일 앞두고 책 그득 쌓아놓고 무언가를 먹거나, 자거나, 영화를 봐야지요(현실 도피 ㅎ) 이번에는 "Midnight in Paris" 입니다. 우디 알렌 , 벌써 구순 가까운 유대인, 왜소한 체격에 그닥 잘 생기지도 않고, 엄청난 수다에 무시무시한 사생활로도 유명한 뉴요커, .. 매해 당대 유명 배우들과 최고의 스텝들과 함께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어요. 더, 놀라운 건 수준이 고른 편인데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나아진 다는 겁니다. 노익장이란 말이 어울리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일단 영화관에서 봐야 합니다. 램프 빛이나 촛불 처럼 따뜻하면서 일렁이는 조명을 제대로 느끼고..
시간을 거슬러, 미셀 들라크로와 전시 예술의 전당 앞에는 시계탑이 있다. 그 시계를 확 돌려 "벨 에포크"시대로 갔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자정 종소리와 함께 마차를 타고 벨 에포크 시대로 돌아갔었지. 벨 에포크로 간 건 순전히 잘못 예약했기 때문이다. 아침새 예약하면 반값이라길래, 덜컥 예약부터 했는데, 파리, 이쁜 그림, 인파 , 내 취향이 아니라 망설이다 할 수 없이 다녀왔다. 너무 이쁜 그림이라, 이미 사람들의 박수 소리 요란한데 굳이? 아이돌 그룹 두세번째 멤버같은 그림이라 가고 싶지 않았다. 그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34년생 프랑스인 미셀과 38년생 한국인 방의걸이 동시에 시계를 돌렸다. 미셀은 눈오던 파리로, 방의걸은 비 긋던 시절로 나는 사람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 팔을 안으로 굽힌 채 두 화가를 봤다. 사실 파리..
간장 종재기 속 물고기-방의걸 전시회 새색시였을 때부터 예술의 전당 앞 ㅇㄱ아파트를 점찍었다. 이유는, 예술의 전당과 가깝다는 것, 그리고 숲이 우거졌다는 것, 해지는 여름 저녁, 슬슬 걸어나가 야외 무대 공연 서서 보고 돌아오는 노년을 꿈꿨다. 나는 공연장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보면 아직도 설렌다. 열심히 일하고, 바쁜 시간 쪼개서 극장으로 달려가, 선 채로 샌드위치 먹은 후,발레를, 오페라를, 연극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꿈꿨고 난 이루었다. 열망은 결정이 된다.. 서예 박물관에서 방의걸 "생성의 결, 시간을 담은 빛"이란 전시회를 한다.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볼 마음이 없었다. 새마을 운동 본부장의 축사같아서, 그런데 무료라서, 그리고 화백의 글이 나를 사로 잡아서 보러갔다. 미대를 지망했을 때, 내 아버님 말씀... "세상에 큰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