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의 계절이 왔다.
해수에 담긴 굴이 왔다. 여수에서 왔다. 10년 넘게 그 분께 부탁해서 굴을 사왔다. 이번에는 키로당, 15000원, 3키로 주문했다. 마트에 가면, 300그램 정도에 8천원 도저히 비싸서 사먹을 수가 없다. 담수에 씻어서, 체에 받혀 물을 뺀다. 밀가루 달걀 빵가루 묻혀서 튀김을 한다. 옥수수 기름 사둔 것을 넉넉히 붓고, 불을 올린다. 밀가루 달걀 빵가루 따로 준비해서 하나하나 손에 묻혀가며 준비하는 것도, 기름 치우기도 손이 많이 가고 귀찮다. 그렇지만 막 튀긴 굴은 얼마나 달고 고소한가, 무엇보다 나의 남편이 굴 튀김을 좋아한다. 씨알이 굵지 않아도 남편은 연신 굴튀김을 집어먹는다. 아마 사서 먹었다면 최소, 5만원은 썼을 뜻, 이제는 나를 위한 굴국을 끓인다. 일단 숭덩숭덩, 마구 무 썰기 뜨거..
이건희 컬렉션-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국립 중앙 박물관에 이건희 컬렉션을 보러갔다. 모네를 비롯한 엄청난 작품들이 많다고 들었다. 일단 국립 중앙 박물관의 전시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저절로 자랑스러웠다. 달항아리, 사유상 등의 큐레이션에서 보다시피 예술을 전시하는 품격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드높았다. 이건희는 사실 리움에서도 드러나다 시피, 어쩌면 국립 중앙 박물관보다 더 많은 보화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사후, 기증한 보물이라니, 사실 나는 부잣집 창고나, 부엌 구경한 평범한 여인네였다. 인파가 너무 많이 모여들어, 전시 기한 자체를 늘렸다는데, 실망스러웠다. 특히 한국 현대 수장품에서 더더욱 그랬는데, 한동안 유행했다가 이제는 한물간, 그때는 굉장히 비싼 값에 샀고, 재질도 좋고 바느질도 뛰어나지만, 촌스럽고, 무거워 도..
I am sorry, Ryan O'neal!
love story의 라이언 오닐이 세상을 떠났다. 알리 맥그로와 라이언 오닐 주연의 러브 스토리가 개봉되던 해, 나는 태어났다. 에릭 시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내겐 그 어떤 영화도, 의상도, 음악도, 배우, 배경도 러브 스토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눈내리는 뉴욕, 하버드 출신의 변호사, 올리버, 래드클리프 음대생, 이탈리아 계 제인.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라던데, 난 늘 그 말 뜻이 잘 몰랐다. 궁금해 하긴 했다. 사랑할 때마다, 그 말만 믿고, 버르장머리 없이 굴다가, ㅋㅋ 그 멋진 남자들 다 놓친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sorry란 말은 미안하다보다는 껄끄럽다는 뜻도 있는데, 뭔가 불편하다, 꺼림직하다는 뜻,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 ar..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는 어릴 적부터 연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연극을 하고 싶어했다. 서울말을 곧잘 흉내냈고, 그러다가 멀어져왔고, 산울림의 노래도 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 노래를 시나위가 발굴해주었다. 그들은 고고학자들, 누군가는 단어, 노래를 곡갱이로 파고 복원하여 수천년을 내게 돌려준다. 백제 금동 대향로 처럼, 신라 천마도처럼, 수천년을 내게 다시 돌이켜 준다. 장 자크 상페의 초록 건물들 사이로, 붉은 카펫이 깔리고 한 중년의 신사가 걸어들어가는 그림 엽서를 어머니 생신 카드로 골랐다. 카드에 글을 쓰면서 눈물을 훔쳤다. 내 옆자리로, 키 크고 늘씬한 멋쟁이 중년 남자가 앉았다. 아주 옅은 향수 냄새가 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며 안자리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내가 그의 붉은 ..
세상을 들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10년도 넘는 나의 슬기로운 요가 생활, 10년 다 되어가는 나의 슬기로운 필라테스 생활, 그 덕분에 나는 허리 목 고관절의 통증 하나 없이 건강하다. 물론, 자라같은 스파 브랜드의 옷도 멋지게 소화할 체형도 갖게 되었고, 타고난 몸치였던 내가 이렇게 오래 많이 운동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하루에 3시간 가량, 나의 몸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각설하고, 그 동안 나는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 중 최고의 선생님은 만난지. 2년 정도 된, 송희신 선생님. 평온한 얼굴과 아름다운 몸을 가지셨다. 모델 준비 중 건강이 나빠져,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분인데, 그분은 항상 수업전에 회원들에게 오일 한방울을 발라주셨다. 날씨나 기분에 따라 조금씩 바꾸기도 하는데, 항..
we work-골콘다,
서울 역 앞에는 대우 빌딩이 있다. 서울 스퀘어로 , we work 건물로 바뀌어도 영원히 대우 빌딩이다. 건물은 우리는 일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에 나오는 중절모를 쓰고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검은 하늘에 시계가 생기면서, 커피를 끓이면서, 밤이 짧아졌다. 수면은 부족해지고, 수면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시계와 커피, 가로등에 이어 이제 조명까지, 어둠을 몰아가고 있다. 동지는 끝이 나고, 하지를 만들고 있다. 한강에도, 다리가 어찌나 화려한다. 조명이 얼마나 밝고 환한지. 철새들이 길을 찾아 갈 수 있을지, 저리 밝으면 사람들이 어찌 잠들수 있을런지. 건물 개관 전에 온 건물을 환하게 밝히는 것도, 그랬는데, 어쩌자고, 저리 빛을 밝히는지. ..
티셔츠 한장,
오랫만에 핀터레스트 들어가서, 옷구경을 하다가 재클린 케네디의 사진을 다시 봤다. 그녀가 미국 대통령 부인일 때 입은 옷들은 유명하다. 물론 나도, 그녀처럼 민소매 원피스 무릎까지 오는 길이로 입었다. 그녀처럼 길고 가는 팔을 드러내며, 그녀와 나는 체형이 비슷하다. 큰 키에 팔다리가 길고, 직각 어깨에 군살이 없어서, 옷 입기에 좋은 체형이다. 얼굴형이며 분위기도 비슷할 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녀가 입은 드레스, 보석, 장갑, 보다, 그녀의 티셔츠와 그녀의 바지가 더 마음에 든다. 특히 파파라치를 피해 골목으로 달아날 때의 뒷모습은 정말 섹시하다.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에, 긴 다리, 티셔츠는 또 어떤가, 라운드, 스쿱 넥 라인에 어깨는 약 1-2센티 여유 있고 팔이며 품의 핏이 끝내준다. 바..
월동 준비-생강편,
내가 생강을 좋아하게 될 줄 어찌 알았을까, 돼지 고기는 물론이고, 어떤 요리에도 생강이 약간 들어가면 맛이 확 달라진다. 잡내가 사라지고, 균형이 잡힌다. 생강은 몸에 열을 내게 하는 음식이라는데, 향도 강하고, 인삼 친척 아닐까 싶다. 생강을 깨끗이 다듬어 편으로 썰어 꿀과 설탕에 재워 내게 보내준 분도 있었다. 아름다워서, 그걸 현우 담임 선생님께 드렸지, 홍삼이랑 자몽차도 만들어 함께 드렸지. 김장철이라 햇생강을 판다. 살까말까 고민하다 사왔다. 깨긋이 씻어서, 갈아 놓고, 냉동실에 넣어 요리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써야지. 생강을 넣어 만든 졸라맨처럼 생긴 진저 쿠키. 생강편이라고 말려서 하얀 분이 나오게 하여 먹던 것 일식집 가면 생강 절임이 하얗게 나오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