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사냥꾼에서 홍채 사냥꾼으로
동사무소에 공인 서류를 떼러 갔다. 인터넷으로 떼면 무료, 무인 자동 발급기는 500원 창구에서는 1000원, 기계에서는 늘 그렇듯 잘 되지 않는다. 역시 나는 기계가 싫어해 창구 가서, 가족 관계 증명서 상세를 부탁하다가, 손가락 지문을 잘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공무원이 날 도와준다. 지문을 확인해보겠노라며 엄지르 여러번 대보았다. 물로 닦아가며 반복해서, 왼손 엄지도, 나는 남보다 지문이 많이 연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른쪽 검지 확인해보더니 엄지보다는 낫다며넛, 이걸로 등록을 하려면 사진을 들고 와서, 신분증을 다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어쩌자고, 지문이 다 닳아버렸을까, 지문이 다 닳도록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래서일까, 아이폰이나, 미니도 암호 입력할 때마다 고생을 한다..
손기정 평화 마라톤 대회-한강의 기적
결혼 전 남편과 약속했다. 결혼 5주년에는 5키로 마라톤을 10주년이 되면, 10키로 마라톤을 20주년이 되면 하프 마라톤을 40주년이 되면 풀코스 마라톤을 함께 뛰자고 부부가 된지 5년째 5키로 뛰고서라고 쓰고 걷는다고 읽는다, 아니 기어갔다, 아니 드러누워 있었다. 남편은 이럴거면 이혼하자고 했다. 그러고도 여러번의 헤어질 뻔했다. 헤어질 결심은 셀 수가 없다. 나는 여전히 보스턴, 런던, 도쿄, 뉴욕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고, 아니, 춘천 마라톤도 꼭 달려보고 싶다. 봄이 오는 시내, 춘천, 한데 춘천은 봄이 가장 늦게 오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춘천이라 불렀으리. 봄이 쉬 온다면 굳이 춘천이라 부를 리 만무하다. 손기정, 명문 양정고보 출신이다. 아버지가 말년에 입원해 계시던 동아대학 병원 옆에..
군고구마와 초코렛처럼,
해남의 고구마를 사서 구웠습니다. 두툼한 그릇에 고구마를 넣고, 오래 구웠습니다. 꿀고구마라고 하던데, 밤고구마와 호박 고구마의 장점만 가져와 달고 맛있다고 해요. 사실 전 밤고구마파인데, 예전에도 물고구마 파인지 밤고구마 파인지 서로 가르고 그랬죠. 부어먹는가, 찍어 먹는가 비빔 냉면인가, 물 냉면인가, 전 들큰한 식감이 질색이라, 팍팍한 밤고구마파죠 물고구마의 계보를 잊는 것이 호박고구마, 진뜩거리며 달디단 고구마라던데, 역시 질컹거리는 질감이 싫어서요. 그런데 그 두가지를 절묘하게 합친 꿀고구마가 나왔다길래 구웠지요. 과연, 밤고구마처럼 포실한 질감과, 달디달면서 노란 속살은 호박 고구마를 닮았네요. 막 구운 고구마의 맛을 어디다 댈까, 한도끝도 없이 먹을 수 있을 거 같고,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