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에게
모모야, 내일 네가 수능을 보는구나, 너를 안지 10년쯤 되었던가, 네 이름을 자주 들었어. 함께 요가하던 할머니께서 영특한 손녀 이야기를 자주 하셨고, 운동하던 중, 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할머니 뛰어나가던 기억도 나, 그러다, 네가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네 영어 선생이 되었지. 넌 영어를 무지 싫어했고, 영어 수업을 하기만 하면 곧바로 졸았고, 영어 성적도 좋지 않았어. 대신 너는 농담하는 것, LOL을 비롯한 게임하기를 즐겼어. 그러니까, 우린 매우 달랐단다, 나는 영어란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인데, 넌 질색이었고, 넌 기계와 숫자가 하는 말들을 좋아했어. 네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꼭 읽어보라고 했단다. 사실 나는 지금도 "모모"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헷갈려. 마을의 밖에 ..
냉동실에 코끼리 넣기-코끼리 베이글
새벽에 깨보니 남편이 연락없이 집에 오지 않았다. 일단 아침을 먹고, 다림질을 했다. 며칠 전 빨아서 밀가루 풀까지 먹여 말려둔 흰 옷들, 흰 레이스 블라우스 흰 보석 블라우스와 흰 원피스를 다림질 하다가, 8시 넘었길래 버스를 타고, 양평동 코끼리 베이글에 갔다 8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줄서있다.. 그곳이 성수나 서촌 같은 이른바 핫한 동네였다면 나는 가지 않았으리. 그것도, 2번이나 헛걸음해놓고 다시 작은 공업사들이 즐비한 , 이른바 후진 동네였기에, 도저히 유명한 베이글 집이 있을 거 같지 않은 곳이었기에, 절대로 그냥 지나가다 들를 수 없는 곳이기에, 베이글 반죽을 성형해서, 뜨거운 물에 삶았다가, 참나무 화덕에 집어 넣고, 다시 물을 뿌려 또 구워 곧바로 내주는 집이라 갔다. 천장은 높..
도서관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햇살은 따뜻한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날 도서관에 갔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람들이 붐볐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렸다. 호원숙의 "나는 튤립이에요"를 빌리려는데 유아용 도서층으로 가란다. 최영미의 "안녕 내사랑" 예전에 김희선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 제목이었는데, 오래 기억난다. 안녕 내사랑, 헤어지는 인사일까, 만나서 하는 인사일까, 나는 아무래도 헤어지는 인사같다. 만난다면, 안녕 내 사랑이라 하지 않고, 달려가 목을 껴안고 매달릴 테니까, 얼굴을 부비며 키스하고, 어깨와 등에 손을 둘러 껴안을 테니까, 손을 잡고 나란히 설테니까, 그냥 웃을 테니까 어떤 말도 필요 없으니까, "내 사랑"이란 말도 수상쩍다, 그럼 상대방은 "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멀어지며 하는 말..
한남동 나들이-아스티에 드 빌라트
한남동을 다녀왔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던 젊은이들의 ,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생긴지 1년이었다. 그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녀왔다. 한남동은 참 신기한 곳이다. 이태원과 나란히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다 품고 있다. 이슬람 사원, 각나라의 맛집들, 미술관, 플래그 쉽 스토어등, 문화원이나 대사관들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집들도 모여있다. 내게 한남동은 한때 리움을 가기 위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자리한 곳이다. 프랑스산 그릇 가게이다. 언제부터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거의 모든 매체를 휩쓸어버린 비싼 그릇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다. 아주 얇고, 하얀 그릇들이 가득하다. 물론 나는 그릇에도 관심이 별로 없고, 사는 데는 더더욱 그렇다. 저 돈을 주고 사서 정리할 ..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매일 핸드폰만 보다가 눈 나빠지고 머리는 더 나빠지고, 이제 더 나이들면 못볼 거 같아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읽고 있어요. 러시아 소설 아시죠. 어떨 때는 알렉세이 다음줄은 알료샤, 또 그 다음줄은 어쩌고, 뭔 놈의 이름은 그렇게 헷갈리는지. 때려친 적 많았어요. 애칭, 별칭, 줄임말, 등등 같은데 등장 인물도 엄청나게 많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까라마조파의 형제들" 많이 추천했으나, 몇번 보다가 번번히 실패한 작품인데요. 왜 고전인 줄 알겠고, 왜 도스토예프스키가 위대한 작가인 줄 알겠고, 어째서 러시아가 무시못할 대제국을 이어나가는지 알겠습니다. 1/5 가량 읽었는데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두려울 정도로 정확하고 매섭습니다. 그건 러시아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한국의 김가네(..
바바라 쿠니-미스 럼피우스
1917년에 태어나 2000년에 죽은 바바라 쿠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있다. , 미스 럼피우스 , 해치와 거친 파도 등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바라 쿠니의 작품을 보면, 192-30년대의 미국 중산층의 삶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북유럽계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 생활과, 뉴욕과 보스턴의 삶을 풍속화처럼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그 당시의 인테리어, 의상, 건축, 도시, 기후 등을 고스란이 가져와 펼처놓는다. 삽화 하나하나가 우리로 치면, 박수근이나, 정선과 같은 풍속화이다. 그러니까, 1930년대 이민자 출신 미국 중산층 여인들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완서, 제인 오스틴, 타샤 튜더, 와 같은 여인의 초상이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