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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운동하러 다니는 건물 1층에는 빵가게가 있다. 필라테스 마치고 지나가는 길, 빵 냄새는 얼마나 유혹적인지. 방금 구워낸 빵에서는, 아가처럼, 고소하고 향긋하며 달큰한 냄새가 난다. 뜨거운 커피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다 녹아 사라질 맛이리라, 모든 것을 다 잊고 오직 지금에만 몰두할 맛이리라, 비라도 내리면, 열이 밀가루, 버터, 우유를 부풀려 구워낸 향이 더욱 짙어진다. 소공녀 세라처럼, 성냥 팔이 소녀 처럼, 빵가게 진열 유리창에 매달려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한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그토록 먹고 싶어한 "흰빵"처럼 절하게 바라본다 우리로 치자면, 늘 꽁보리밥만 먹었으니 흰 쌀밥 먹는게 소원이었겠지. 하이디도 얼마든 살 수있는데, 아니 가게 빵들 다 살 수 도 있지만, 일년에 몇 번, 무슨 기념일이나 ..
What's in my back- Chanel. 먹방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저렇게나 많이 위에 꾸역꾸역 밀어 넣는구나, 나중에 탈날 텐데... 내 대신 많이 먹어봐, 그런데 위란 주머니는 대체 얼마나 불어나는 걸까, 그러나, " What's in my bag" 의 인기는 도무지 ... 유명인의 가방 속에 무엇이 들었냐가, 유튜브 인기 소재란다. 핸드폰, 화장품, 간식, 향수 등등, 하나씩 다 꺼내 들고 설명하고, 따라 사고, 대체 저게 왜 궁금할까, 저걸 믿는단 말인가, 그 핸드백의 대명사,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는 샤넬, 그 디자이너, 샤넬의 전반기 인생을 다룬 영화를 봤다. 그러니까, what's in her back 이다. ㅎㅎ 가브리엘이었다가 코코였던 시절의 샤넬 이야기이다. 샤넬이 환생한 듯 닮았다는 오드리 또뚜가 주연이다. 갈매기 눈썹과..
길상사의 목소리 10년만에 길상사에 갔다. 해가 떨어지긴 전, 11월이 오기 전, 겨울이 오기 전 길상사를 보고 싶었다. 삼각산 길상사에 들러 성모 마리아를 닮은 보살님을 만났다. 극락전을 지나쳐 진영각으로 갔다. 법정 스님께서 하루도 주무시지 않으셨다는 거처, 참 진. 그림자 영 벌써 사위는 어둑신했으나 온돌 바닥은 따끈했다. 맨 중앙의 스님 영정은, 그 분을 잘 모르고, 그 분을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가 그렸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신, 스님께서 평생 기워 입으신 저고리 행장이 반갑다. 세수 대야, 의자, 탁발, 세면 도구, 원고지... 음악을 즐기셔 들으시다 이또한 집착이라 하여 몇 번씩 던져 부셨다는 라디오, 그 모든 것들이 귀하디 귀하다 스님의 글씨는 힘차고 단정하며 거침없이 자유로우나, 옹이가 져있다. ..
Midnight in Paris-호우시절 제가 지병이자 불치병을 앓고 있어요. 시험이 다가올수록, 갑자기, 영화 보고 싶어지고, 책 읽고 싶어지는. 역시나 이번에도 시험 3일 앞두고 책 그득 쌓아놓고 무언가를 먹거나, 자거나, 영화를 봐야지요(현실 도피 ㅎ) 이번에는 "Midnight in Paris" 입니다. 우디 알렌 , 벌써 구순 가까운 유대인, 왜소한 체격에 그닥 잘 생기지도 않고, 엄청난 수다에 무시무시한 사생활로도 유명한 뉴요커, .. 매해 당대 유명 배우들과 최고의 스텝들과 함께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어요. 더, 놀라운 건 수준이 고른 편인데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나아진 다는 겁니다. 노익장이란 말이 어울리는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일단 영화관에서 봐야 합니다. 램프 빛이나 촛불 처럼 따뜻하면서 일렁이는 조명을 제대로 느끼고..
시간을 거슬러, 미셀 들라크로와 전시 예술의 전당 앞에는 시계탑이 있다. 그 시계를 확 돌려 "벨 에포크"시대로 갔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는 자정 종소리와 함께 마차를 타고 벨 에포크 시대로 돌아갔었지. 벨 에포크로 간 건 순전히 잘못 예약했기 때문이다. 아침새 예약하면 반값이라길래, 덜컥 예약부터 했는데, 파리, 이쁜 그림, 인파 , 내 취향이 아니라 망설이다 할 수 없이 다녀왔다. 너무 이쁜 그림이라, 이미 사람들의 박수 소리 요란한데 굳이? 아이돌 그룹 두세번째 멤버같은 그림이라 가고 싶지 않았다. 그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34년생 프랑스인 미셀과 38년생 한국인 방의걸이 동시에 시계를 돌렸다. 미셀은 눈오던 파리로, 방의걸은 비 긋던 시절로 나는 사람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 팔을 안으로 굽힌 채 두 화가를 봤다. 사실 파리..
간장 종재기 속 물고기-방의걸 전시회 새색시였을 때부터 예술의 전당 앞 ㅇㄱ아파트를 점찍었다. 이유는, 예술의 전당과 가깝다는 것, 그리고 숲이 우거졌다는 것, 해지는 여름 저녁, 슬슬 걸어나가 야외 무대 공연 서서 보고 돌아오는 노년을 꿈꿨다. 나는 공연장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보면 아직도 설렌다. 열심히 일하고, 바쁜 시간 쪼개서 극장으로 달려가, 선 채로 샌드위치 먹은 후,발레를, 오페라를, 연극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꿈꿨고 난 이루었다. 열망은 결정이 된다.. 서예 박물관에서 방의걸 "생성의 결, 시간을 담은 빛"이란 전시회를 한다. 제목이 너무 거창해서 볼 마음이 없었다. 새마을 운동 본부장의 축사같아서, 그런데 무료라서, 그리고 화백의 글이 나를 사로 잡아서 보러갔다. 미대를 지망했을 때, 내 아버님 말씀... "세상에 큰 일, ..
엉덩이의 힘!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했다. 뭐든지 진득하게 앉아 견뎌야 한다고 했다. 만시간의 법칙 등등, 다 엉덩이의 힘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나이 들수록, 하체의 근육이 중요하다며 엉덩이 근육을 만들라고 한다. 스퀏이니, 런지 등 엉덩이의 힘을 키우려는 운동도 퍽 많기도 하다. 한 겨울밤 버스 기다리다보면 참 시리고 지리하다. 버스 도착 시간을 미리 알려주는데도 참 시리고도 지리하다. 그 추운 버스 정류장, 의자에 잠깐 앉아보라, 열선을 깔아 두었는지, 엉덩이가 뜨끈뜨끈해진다. 잠깐 앉아도 온기가 온 몸으로 퍼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는 분명 엉덩이의 힘을 알고 남에게 나누어 준 이다. 따뜻한 엉덩이를 나눠주었다. 내 나라가 자랑스러운 순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권여선-각각의 계절 사슴벌레식 문답 실버들 천만사 하늘높이 아름답게 무구 깜빡이 어머니는 잠못이루고 기억의 왈츠 권여선은, 푸르른 틈새부터, 30년째 읽어왔다. 그녀는 새처럼 생겼다. 마르고, 작고, 날아갈 것 같다. 안녕 주정뱅이랑, 음식 에세이, 토우,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등등, 사슴벌레식 문답은 후일담 소설이라고 싸잡아 말해도 되나, 공지영이 아예 장르를 만들어 돈 엄청 벌고 많이 유명해졌지. 40년 후의 후일담 소설이라니, 부영, 정원, 경애, 준희, 도대체 그렇게 큰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와요. 어디로든 들어와,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이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되 권여선의 유머 감각과 지성은 이런데서 빛나고, 딱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