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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동안 세헤라자데란, 페르시아어로 도시를 뜻하는 'شهر(shahr)'와 태어남을 뜻하는 زاد(zad)'의 합성어이다. 즉, 도시에서 태어난 소녀, 세헤라자데는 재상의 장녀로 아름답고 현명하다. 왕 샤흐리야르(شهريار)는 왕비가 노예와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자 그 둘을 죽이고 폐인이 된다. 동생 역시 똑같은 일을 겪어 함께 방황한다. 그 와중 마신이 숨겨둔 여인조차 바람을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여성을 불신하며 증오로 불탄다. 온 나라의 처녀를 다 불러들여서 하룻밤 보낸 후 다음날 죽이기를 1000일 동안 반복한다. 결국 전국에 처녀는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될 지경에 이른다. 이런 판국이니 백성들은 원망으로 제발 술탄이 빨리 승하하게 해달라고 알라께..
나성에 가면-라라 랜드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뚜루루루,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하늘이 푸른지 마음이 밝은지, 즐거운 날도 외로운 날도 생각해주세요 나와 둘이서 지낸 날들을 잊지 말아줘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사랑,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꽃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어보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예쁜 차를 타고 행복을 찾아요 당신과 함께 있다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울릴꺼야. 어디를 가도 반짝거릴 텐데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함께 못가서 정말 미안해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 안녕 안녕 내 사랑. 길옥윤 작사 작곡의 "나성에 가면"은 78년 생이다. 그러니까, 45살이다. 길옥윤..
해변의 묘지 평생 어머니 말을 듣지 않다가, 뉘우친 청개구리들은 유언대로 해변가에 어머니를 묻고, 물이 불어 떠내려갈까, 개굴개굴 운단다. 남쪽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명절마다, 바닷가 묘지를 찾아 간다. 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도 나처럼 돌아갈 고향이, 돌아갈 바닷가, 개골개골 떠나가라 울어옐 묘지가 있을런지. 나는 봄 가을, 바다로 돌아가 무덤를 찾아 헤맨다. 내 사랑 클레멘타인, 애나벨리, 혹은 그녀를 잃은 연인의 묘지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묻힌 곳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많지만, 지난 가을, 부곡의 아버지 성묘 드린 후, 봉하 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곳.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번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노란 바람개비를 날리며 사람들이 전..
자두가 데굴데굴, 10월 어느날 버스를 탔다. 빈 자리가 있었고,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바닥엔 자두, 그 중에서도 늠름하게 잘 생긴 후무사 하나가 굴러다녔다. 버스 운전석에서 하차하는 데까지, 좌석 아래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늦여름 가을이 오기 전 하나쯤은 먹던 후무사를 올해는 그냥 지나치나 했는데, 여기서 보네.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자두가 굴러다녔다. 버스 안 누구도 자두에게 관심이 없었다. 처음엔 나도 바라 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자두를 계속 이리 저리 흔들리기만 하고, 마침내 나는 허리를 구부려 자두를 주웠다. 한 알의 자두, 비현실적이었고, 돌연했고 존재감이 뚜렸했으며, 선물이었다. 내게. 버스 안에 자두 한 알이 떨어짐으로 모든 것들이 완전히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와 자두를 책상위에 얹어놨다. 그..
소금 지방 산 열 나는 뭐든지 책으로 먼저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나서, 시작하는 사람이다 요리도 그랬다. 자취를 하면서 시작해서, 온갖 요리책을 다 샀다. 지금이야 유튜브로, 어지간한 요리를 다 할 수 있다지만, 그때는 책이 꽤 큰 지침이 되던 시절이었다. 요리책은 큰 판형이라 눈이 시원하고 음식 사진이며, 요리 도구를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했다. 여성 잡지 부록부터, 장선용, 최경숙, 심영순, 김영모, 이향방, 김은영, 박리혜 선생님 등 중식, 한식, 이탈리아 음식, 일식, 퓨전 가리지 않고 사서 따라했었다. 그런데.... 어렵사리, 재료 준비해 시키는 대로 했건만, 늘 그 맛도 모양도 나지 않았다. 실망도 꽤 컸다. 사다 남은 재료 처치하느라, 골머리를 썩혔고, 무엇보다 남..
echo에게, 안녕? 마지막으로 널 만난 게 언제였더라, 널 찾으려면, 너 대신 eco가 튀어나와, ㅎ 사실 닮긴 했어, 그 애 이름도 "집"이니까, 네 이름은 "목소리"를 뜻하잖아. 산이나 동굴이 네 집이라지? 어릴 적 널 만나기 위해 산에 올라 "야호"라고 큰 소리로 외쳤단다. 그럼 너도 "야호"라고 대답해줬어. 너 엄청난 수다쟁이였다며, 제우스가 바람피우다 들키자 도망갈 시간 벌어주려, 헤라 아줌마 붙잡고 넋이 빠지도록 이야기했다면서? 그러다, 자기 남편을 단도리 못한 분을 네게 풀었다지. 스스로 먼저 말을 할 수 없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듣고서 마지막 말만 따라할 수 있게 만들었다지. 너처럼 천상 이야기꾼이 받은 형벌도 모자라, 나르시스를 짝사랑하게 되었다지. 흠모하는 나르시스를 뒤쫒다 "누구 있나요 여기요?"..
“빗속의 고양이 “함께 읽기 헤밍웨이는 남자다. 헤밍웨이는 지극히 남성적인 주제를 남성의 목소리로, 문체로 다뤘다. "노인과 바다" 의 노인처럼, 소금같은 태양과, 콜타르처럼 찐뜩한 바다 위 에서 글을 썼다. 그의 문체는 " hard boiled"라 부르는데, 군말하나 없이 뼈와 영혼만 남을 때까지 쳐내고 또 졸이고 고아서이다 . 작품을 평가해달라는 지망생에게 "남에게 묻지 말라, 네가 이미 다 알고 있다. 네가 좋은 작품을 쓸거라는 믿음을 갖고 써야 한다" 대답했다니, 그답다, 그의 단편, "빗속의 고양이" -A cat in the rain" 을 같이 읽어보기로 한다. 우선 모두 빠짐없이 글을 읽어야 한다. 적어도 한번은 읽어야 한다. 헤밍웨이의 글인 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이 졸이고 졸이고 졸여서 탕약처럼 쓰고 진하다. 더군다나..
사치와 평온과 쾌락, 창 밖은 영하 10도의 한파다. 거실에는 햇살이 흘러 넘친다, 창의 그림자도 겨우 버틴다. 바닥의 퀼트 러그까지 햇살이 흘러 넘친다. 침대는 절절 끓는다. 뜨거운 물로 데우는 장판이란다. 연탄불이 괄한 아랫목같다. 이런 "오후만 있던 일요일"같은 날에는 집에서 영화를 본다. "사치와 평온과 쾌락"을 마음껏 누린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천재였고, 남여 모두를 사랑했으며, 극강의 에너지를 가졌던 음악가란다. 일본 출신 유명한 분장가가 브래들리 쿠퍼를 번스타인으로 완전히 탈바꿈 시켰다고 한다. 어떤 이는 아날로그의 승리라며 감탄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미 브래들리 쿠퍼는 충분히 번스타인 같은 데가 있다. 게다가, 외모가 닮을수록, 배우의 연기는 , 더 가려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때로는 브래들리 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