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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 stories 서강 도서관 신착 서가에서 줌파 라히리의 "Roman Stories" 를 발견했다. 작년 이맘때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로마 이야기"를 읽고서 영역본 ㅎ 을 구하고 싶었다. 아는 도서관마다 신청했으나 다 거부당했다. ㅠㅠ 새 책을 사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기에 결국 못보나 보다 단념했다. 알라딘 중고 책방에 나오면 사볼까 하고, 잊고 지냈다. 잊을 수 없은 책도 사두고 읽지 않은 책도, 읽으려다 몇 번씩 실패한 책도 나무에게 미안한 책도, 버려야 할 책도 너무너무 많다. 이제는 다시 책을 사지 않겠노라 골백번도 넘게 다짐했다. 이번에는 그 약속을 꽤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다. 물건들을 차츰 차츰 줄여나가겠다. 남들과 나눠 쓰겠다. 아껴가며 천천히 누리겠다. 인도출신인 그녀가 이민 1세대로, 미국의..
당면 한 가닥이-한길 사람 속 잡채를 만들며 간을 보려고 당면 한 가닥을 입에 넣었다. 채 씹지도 않았는데 호로록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입에서 씹어 삼킨 음식은 25cm길이의 식도를 거쳐 7초면 위에 도착한다.  25cm 식도에, 젓가락처럼, 당면 한가닥이  하루종일 서 있었다.  생선 가시처럼 버티고 서서   "역류성 식도염" "헬리코 박터균" " 위궤양" "괄약근"을 생각나게 한다.   한 길 사람 속에 걸쳐 서 있다.   목구멍와 위를 연결해주는 식도 내부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여 고체는 7초 액체는 1초에 위로 보낸다. 식도 입구와 위 로 연결하는 출구에 괄약근이 있어 음식이 오면 열린다.한데,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에 있는 음식과 위산이 입으로 나오는 것이 구토이다.위에는 위를 보호할 뮤신이란 방어벽이 있으나 식도는..
그 여름의 끝, 정든 유곽에서, 남해금산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그의 시는 197-80년대 한국 남자들이 비친다. 1930년대 문학을 보면 찌질하기 그지 없는 사내들 투성이다. 200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 남성들은 변했다. 새천년의 한국 사람을 미루어 짐작케한다. 이성복의 시는, 유곽이라니.무슨 뜻인지 몰라서, 사전으로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1900년대 문학 속 "기둥 서방"들의 후예다. 이성복 시는. "정든"이란 형용사도 새로웠다. 화냥년이미군부대 양공주가 곧 우리나라였다.   정든 유곽에서 / 이성복   1.  누이가 듣는 음악(音樂) 속으로 늦게 들어오는 남자(男子)가 보였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내 음악(音樂)은 죽음 이상으로 침침해서 발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초(雜草) 돋아나는데, 그 남자(男子)는 누구일까 누이의 연애(戀愛)는..
유머 유머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능력을 보여준다.유머러스하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삶에 대한 창의적 태도,모든 제약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태도,변화를 사랑하는 태도이기도하다.유머 감각은 다소 부끄러운 상황을 웃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인지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당황스럽고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개 유머가 도움이 된다.나이가 들수록 유머는 더욱 필요하다.
흙을 먹는 나날. 미즈카미 쓰토무, 정진 요리선근,  정신과 의사 하지현의 추천으로 봤다. 사찰 요리라고 쓰려다 멈춘다. 절밥, 공양이라야 더 맞겠다. 저자가 사찰의 행자로 지내던 시절 노스님을 모시며 한 부엌 살림이 평생으로 이어진 이야기다.  나는 요사스런 소스, 요망스런 가니쉬를 앞세우는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무던하고 소박하되계절을 나고 자란 고장을자신만의 맛과 향을 온전히 전해주는 음식을 원한다.  홍옥과 햅쌀과 감말랭이, 군밤, 굴국밥 같은,,,봄 나물과 여름 콩국, 가을 과실, 겨울 김장 김치와  고구마 같은,  그냥 씻어서, 양념도 거의 하지 않고, 껍질까지 버리는 거 하나 없이 통째로 다 먹기를 최고로 친다.  절 주변 흙에서 구해다 어둑신한 부엌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련해, 천천히 몸속으로 들어가는 자연..
뼈의 맛 어릴 적 엄마는 멸치를 먹이려 애쓰셨다. 뼈째 먹는 생선이니 칼슘이 많아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가 좋아진다셨다.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따고 내장을 꺼낸 후 살짝 볶아 조리셨고, 때로는 국물을 우려내고 난 맹탕인 멸치도 먹으라셨다.  가끔 맨 멸치를 고추장 찍어 안주로 잘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 어른이 되어 술자리를 할 때에는  언젠가 남쪽 어느 고장에선가, 장어탕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나온 뼈 튀김을 먹었더랬다. 바삭바삭 고소한 게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기세였다.  바닷가 출신인 남편은 아나고 회를 최고로 쳤다. 꼬들꼬들 씹어먹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역시 뼈째 씹어먹는 음식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어머니는 마당에 연탄불을 피우고 오래도록 소뼈를 고아서 곰국을 끓이신다. ..
시인의 마을 정태춘의 곡이다. 나는 그저그렇다. 교보 문고  현판의 시가 바뀌었다는 기사를 봤다.계절마다 교보문고에는 새로운 시가 걸린다. 그 시를 보면서 계절을 난다.  지하철스크린 도어에도 시가 쓰여있다. 한국 현대시, 고대시, 시민 당선작세계의 명시 등이 골고루 적혀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를 읽었다. 이만하면 시인의 마을 아닌가, 서울은,  시가 있는 한 서울은 시인의 마을이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시인은 줄여서 말한다. 시인은 새롭게 말한다. 시인은 때로 아픈 진실을 아름답게 말한다.  내 말 또한 시가 되기를 줄이고 또 줄이기를 새롭기를 참되면서 아름답기를
해변의 묘지-봉하마을 평생 어머니 말을 듣지 않다가, 뉘우친 청개구리들은 유언대로 해변가에 어머니를 묻고, 물이 불어 떠내려갈까, 개굴개굴 운단다. 남쪽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명절마다,  바닷가  묘지를 찾아 간다.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도 나처럼 돌아갈 고향이, 돌아갈 바닷가, 개골개골 떠나가라 울어옐 묘지가 있을런지.나는 봄 가을,  바다로 돌아가 무덤를 찾아 헤맨다.  내 사랑 클레멘타인, 애나벨리, 혹은 그녀를 잃은 연인의 묘지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묻힌 곳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많지만,  지난 가을,  부곡의 아버지 성묘 드린 후, 봉하 마을을 찾았다.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곳.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번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노란 바람개비를 날리며 사람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