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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Figures Hidden Figures는 내가 못하는 것은 다 잘한다. ㅠㅠ computer supervisor engineer, 내가 못하는 거 그들이 다 하더라, Color purple과, 뿌리 시리즈를 보고 자란 나는 흑인 인권 운동을 다룬 책이건 영화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박소연 이사가 추천했기에 기꺼이 봤고, 역시, 메리가 판사 앞에서 한 말은 잊을 수 없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캐더린이 백묵을 들고, 수식을 써내려가는 모습, IBM이 도입되면서 대량 해고 위기를 맞은 도로시가, Fortran을 배워 동료에게 가르치는 것도 멋졌다. MARY (CONT’D) Your Honor, you of all people should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being first. 존경..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한 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가로놓여 있다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
네 톨의 쌀 알이 만나서-대학로, 학전, 김민기, 서울대학병원 김민기 선생이 떠나셨단다. 별세 소식을 듣자마자, 조문하러 가야겠다 싶었다. 지인과 서울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창경궁 앞 서울 대학 병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암병동이다. 병원 앞은 아주 오래되고 느렸다. 백발 성성한 분들이 천천히 움직이셨다. 젊은이는 물론 아이 하나 없었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면서도 노부부를 위해 문열어 잡아드렸다. 동행이 정태춘" 선생을 뵜다고 했다. 여전한 모습으로 저 밖에 서 계시더라고, 2층 9호실이다. 계단을 올라가니, 조문객들이 줄서있다. 오른쪽 벽면에는 각계에서 보낸 화환 대신 리본만 잔뜩 걸려있다. 화환은 하나, 화분은 2개, 흰색 리본은 한쪽 벽면을 꽉 채웠다. 참배를 기다리며 목공예를 시작하셨다는 정태춘 선생 근황 이야기 끝에 역시 천재 답다며 우린 웃..
김민기-대학로, 혜화동, 학전, 김민기 선생님이 소천하셨다. 향년 73세, 젊다. 너무나 젊으시다. 위암으로 가셨다고 한다. 아침 이슬, 백구, 작은 봉우리, 한계령, 타박네야 그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셨다. 훗날 학전 소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지휘하셨다. 학전 소극장의 거의 모든 연극과 뮤지컬 을 다 보러갔었다. 객석의 불이 꺼지면 맨 뒷자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시던 모습 여러번 뵈었다. 어느 겨울 현우랑 함께 연극보고서, 김민기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아이와 꼭 사진 한장 찍어주십사하고, 반백에 아주 두터운 목도리를 칭칭 감고 계셨는데 손사래 치시며 자신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셨다. 김민기 선생님이 위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위인일런지. 혜화동 지기, 대학로의 청년, 학전 연출가, 김민기 선생님이 가셨다. 서울대 병..
프렌치 수프-골수의 맛.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개봉한 지 꽤 된 영화,"프렌치 수프"를, 트란 안홍 감독이라 좀 찝찝했지만 보러갔다.상영관을 찾기 어려워 이대 모모 하우스까지 갔다. 장우산을 쓰고도, 비를 막을 수가 없었다.앉는 순간 알았다. 이 영화는 글렀구나,  프랑스 전통 린넨 블라우스와 부풀린 치마에 모자까지 쓴 외제니가 밭에서 채소를 뽑는다. 빳빳하게 풀까지 먹여 다림질한듯한 옷이다. 나는 저런 영화 , 드라마 싫다. 방금 세탁소에서 나온, 혹은 가격표도 떼지 않은 듯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포우즈, 그러니까 보여주기 위함이다. 영화평마다 가득했던 상찬이 기억나 내내 역겨웠다. 아름답게 보이는데는 신물나도록 노련한 줄리엣 비노쉬도프랑스 배우란 자부심이 느글대는  남자배우도, 감독은 ..
문해력 유감-words don't come easy, "우천시에는 우산을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적힌 유치원 알림장에 , 일부 학부형들이 "우천시"는 어디냐고 물었다고 한다.."심심한 사과"를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사과로 이해했다거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명징한"이란 영화평조차 어려워하다보니,  사회 전체의 문해력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의 어휘수준은 한수 더 떠서, "개편하다"를 "개 편하다"로 받아들일 정도라고 한다.  80년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만 해도, 국어 사전이나 옥편을 수시로 찾아봤더랬다.물론 한문이나 국어 과목의 시수가 높았다. 무엇보다 우리 때는 심심했다.놀거리가 없었다.책은 더더구나 귀했다.학기가 시작되어  교과서를 받으면 그 날밤 곧바로  달력으로 표지를 쌌다.책이야말로 성경이었다.책이야말로 사다리였다.책이야말로 동..
바다 100층 짜리 집 성대 천년홀에서 봤다.세상에 유치원생용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다.홈플러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표, 내가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중문"서 밥 먹으려했으나, 수요일인데도 문 닫고, 뙈약볕 걸어서 성대 입구 페르시안 궁전, 최악이었다. 세트메뉴가 43000원, 밀가루 잔뜩 든 진짜, 더럽게 맛없는 음식. 절대로 블로그 못믿겠다.  갔더니 애들 바글바글, 갔더니, 무료표 받아온 노인들. 2층 올라가서 커피 마시고, 호스피스 일하는 분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착석,  배를 탄 소녀가 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 인형의 머리, 옷, 가방, 신발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것들을 가진  바다 생물들과 인사하며 대신 뭔가 다른 것들을 받아서 결국 뭍으로 올라온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ㅎ 아주 ..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가즈오 이시구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 "남아있는 나날" 등의 영화를 본 적있다. 원작이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인 줄은 몰랐다. 그냥 무슨 이야기인지 잘모르겠다.영국의 정원, 성, 집사 등등 지나간 영국 시대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 정도로 이해했다.  "남아있는 나날"은 원서로 봤다. dignity 란 단어가 자주 나왔었다. 독신인 영국인 집사가, 새 주인에게서 휴가를 선물받고 미국 다녀오는 이야기. 한 여인을 사랑했으나 놓쳐버린 이야기.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다가 인생을 낭비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란다.  그렇다면 완전 내 이야기 잖아, 나 역시 그런데, 한 푼에 치사하게 굴고, 일 초를 못 견디면서, 내 인생은 통째로 흐지부지 써제낀 사람인데,  그녀 역시 결혼했다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