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8월의 해가 졌다. 내일부터는 9월의 해가 뜬다. 팔월의 해는 뜨거웠다. 해바라기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가장 고흐다운 작품은 해바라기라고 생각한다.해바라기에는 그가, 내가, 사람들이 겹쳐보인다.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며 다가가려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들, 그러다가 화가야 말로, 화가의 눈이야말로 태양이지 싶었다. 그의 눈과 손으로 대상이,일상이, 우리가 해바라기로 피어나 화폭 속에서 다시, 영원히 또 다른 빛, 우리의 눈과 마주칠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8월의 해는 저물며 반대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도 역시 그렇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나팔꽃을 찍었다.
종의 기원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
김민기-대학로, 혜화동, 학전,
김민기 선생님이 소천하셨다. 향년 73세, 젊다. 너무나 젊으시다. 위암으로 가셨다고 한다. 아침 이슬, 백구, 작은 봉우리, 한계령, 타박네야 그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하셨다. 훗날 학전 소극장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지휘하셨다. 학전 소극장의 거의 모든 연극과 뮤지컬 을 다 보러갔었다. 객석의 불이 꺼지면 맨 뒷자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시던 모습 여러번 뵈었다. 어느 겨울 현우랑 함께 연극보고서, 김민기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아이와 꼭 사진 한장 찍어주십사하고, 반백에 아주 두터운 목도리를 칭칭 감고 계셨는데 손사래 치시며 자신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셨다. 김민기 선생님이 위인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위인일런지. 혜화동 지기, 대학로의 청년, 학전 연출가, 김민기 선생님이 가셨다. 서울대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