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초록,
6월은 동그란 매실이 데구르르르 굴러가며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따가운 햇살 아래 나무 그늘로 걸어가며 바람 맞을 때 온전한 행복감을 맛본다. 이걸로 충분하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빛나고, 나뭇잎들은 가늘게 뒤챈다. 흙과 풀은 자기만의 향을 뿜어올리고 , 나는그저 내 발로 걸어간다. 너도 이런 기쁨을 누렸는지. 올해 유월에도 역시 , 엄마는 매일 매일 이런 지복을 누린다. 한 여름 오기 전, 습기가 몰려 오기전, 태풍과 장마, 폭염이 닥쳐 오기 전, 나는 6월의 초록을 한껏 먹는다. 나날이 무성해지는 나무를 바라보고, 장터에 나오기 시작한 완두콩과, 매실을 아이의 눈으로 쳐다본다. 눈을 감는다. 이대로 눈을 감아도 괜찮지 싶다. 눈을 다시 떴더니, 오이가 보이더라, 가늘고 짤막한 게 맛있..
원더랜드
여고 괴담을 보지 못했다.가족의 탄생은 인상적이었고, 만추는 여러번 봤다. 저런 사슴같은 눈을 하고서 저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다니, 과연 탕웨이랑 결혼할 만하다 싶었다. 이안 감독의 색계도, 김태용 감독의 만추도,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도, 탕웨이는 캐주얼하면서도, 내밀한 동양미를 갖고 있었다. 공리처럼 농염하거나장만옥처럼 퇴폐적이지도이영애처럼, 이지적이거나 우아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탕웨이가 김태용 감독과 함께 돌아왔다. 무려 박보검, 수지, 공유, 정유미, 최우식,김성령 같은 배우들을 조연으로 한 "원더랜드"로 돌아왔다. 수지는 건축학 개론에서, 국민 첫사랑이 되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인상깊게 봤지만,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일타강사 현우진이. 박보검더러 한 눈..
돈키호테
발레 돈키호테를 봤다. 세르반테스가 썼다는 돈키호테, 산초, 로시난테가 나오는 소설은 당연히 본 적이 없다. 무수히 들었다. 풍차를 향해 돌격했다는 둥, 이상주의의 전형이라는 둥, 소문만 무성할 뿐 직접 본 적도, 실제 만난 적도 없는 것들이 어디 소설 "돈키호테 "뿐이랴. 발레 "돈키호테"는 의상, 음악, 안무, 한국 발레리나의 기량 등등 세계 최고 최선이래서 보러갔다. 절대로 기대하면 안된다. 기대가 크면 기쁨과 만족은 그만큼 멀어진다. 그렇게 다짐하며 갔다. 과연 듣던 그대로, 대단했지만 공연 내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앞에서, 스무번째 줄이라 무용수의 표정, 땀과 숨도 가깝고, 왼쪽에는 홀로 발레 공연 보러 온 30대 초반의 아리따운 아가씨, 오른쪽에는 8살쯤 되어보이는 사..
She is hero!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임영웅 콘서트로 동네가 떠들석하다. 6시 공연이라는데, 소낙비가 쏟아져도, 12시 무렵 파란 옷을 입은 팬들로 마포는 붐볐다. 마포구청역 근처 모든 건물은 일요일인데도 손님들로 바글거렸다. 기뻤다. 저 착한 사장님 오늘 돈 좀 버시겠네 싶어서, 처음으로 임영웅이 고마웠다. 트로트 싫어하고, 임영웅은 외모, 소리 등등 다 내 취향과는 멀다. 지인 중에 임영웅 팬이 있어서, 그 지극한 사랑을 들을 때마다, 그런가보다 심드렁했다. 그가 몇 백억을 번대도, 몇 억 뷰가 나온대도, 그의 콘서트 암표가 얼마에 팔린대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별로다. 그럴까봐 ㅎ팬들은 엄청나게 기부하고 자부심도 대단하다. 아니, 좀 나눕시다. 돈 말고, 노래도, 팬도, 취향도 말이죠, ㅎㅎ 임영웅..
뮤지컬 파가니니
뮤지컬에 대한 내 생각은 그렇다. 첫째, 무지 비싸다. 둘째, 엄청 비싸다. 셋째, 겁나 비싸다. 넷째, 대단히 비싸다. 뭐 이 정도, 다섯째, 말로 해도 될 걸 왜 굳이 노래로 하니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여섯째, 조승우는 꼭 직접 보고 싶다. 뭐 그 정도? 파가니니는 많이 들어봤다. 손가락이 아주 길고 바이얼린 연주로 사람들을 홀렸다는 정도,, 드레스에 벨벳 망토를 걸친 지인과 극장 용에서 "뮤지컬 파가니니"를 함께 봤다. 굉장히 좋은 자리여서 사람의 목소리가 이다지도 뛰어난 악기인지. 창작 뮤지컬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오페라의 유령이랑 레미제라블, 의사 안중근까지 보이더군 ㅎ, 그럼 어떤가, 누구나 처음은 초라하고, 누군가를 따라하는 게 자연스럽다) 우리 뮤지컬 배우들의 역량이 어느만큼이나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