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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수프-골수의 맛. 서울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개봉한 지 꽤 된 영화,"프렌치 수프"를, 트란 안홍 감독이라 좀 찝찝했지만 보러갔다.상영관을 찾기 어려워 이대 모모 하우스까지 갔다. 장우산을 쓰고도, 비를 막을 수가 없었다.앉는 순간 알았다. 이 영화는 글렀구나,  프랑스 전통 린넨 블라우스와 부풀린 치마에 모자까지 쓴 외제니가 밭에서 채소를 뽑는다. 빳빳하게 풀까지 먹여 다림질한듯한 옷이다. 나는 저런 영화 , 드라마 싫다. 방금 세탁소에서 나온, 혹은 가격표도 떼지 않은 듯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포우즈, 그러니까 보여주기 위함이다. 영화평마다 가득했던 상찬이 기억나 내내 역겨웠다. 아름답게 보이는데는 신물나도록 노련한 줄리엣 비노쉬도프랑스 배우란 자부심이 느글대는  남자배우도, 감독은 ..
문해력 유감-words don't come easy, "우천시에는 우산을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적힌 유치원 알림장에 , 일부 학부형들이 "우천시"는 어디냐고 물었다고 한다.."심심한 사과"를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사과로 이해했다거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명징한"이란 영화평조차 어려워하다보니,  사회 전체의 문해력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의 어휘수준은 한수 더 떠서, "개편하다"를 "개 편하다"로 받아들일 정도라고 한다.  80년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만 해도, 국어 사전이나 옥편을 수시로 찾아봤더랬다.물론 한문이나 국어 과목의 시수가 높았다. 무엇보다 우리 때는 심심했다.놀거리가 없었다.책은 더더구나 귀했다.학기가 시작되어  교과서를 받으면 그 날밤 곧바로  달력으로 표지를 쌌다.책이야말로 성경이었다.책이야말로 사다리였다.책이야말로 동..
바다 100층 짜리 집 성대 천년홀에서 봤다.세상에 유치원생용 뮤지컬인 줄 모르고 갔다.홈플러스에서 무료로 나눠준 표, 내가 점심 대접하겠다고 해서,"중문"서 밥 먹으려했으나, 수요일인데도 문 닫고, 뙈약볕 걸어서 성대 입구 페르시안 궁전, 최악이었다. 세트메뉴가 43000원, 밀가루 잔뜩 든 진짜, 더럽게 맛없는 음식. 절대로 블로그 못믿겠다.  갔더니 애들 바글바글, 갔더니, 무료표 받아온 노인들. 2층 올라가서 커피 마시고, 호스피스 일하는 분이랑, 잠깐 이야기하고 착석,  배를 탄 소녀가 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 그 인형의 머리, 옷, 가방, 신발이 하나씩 떨어진다. 그것들을 가진  바다 생물들과 인사하며 대신 뭔가 다른 것들을 받아서 결국 뭍으로 올라온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ㅎ 아주 ..
나의 20세기 저녁과 작은 전환점들-가즈오 이시구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 "남아있는 나날" 등의 영화를 본 적있다. 원작이 일본계 영국인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인 줄은 몰랐다. 그냥 무슨 이야기인지 잘모르겠다.영국의 정원, 성, 집사 등등 지나간 영국 시대를 아름답게 그린 작품 정도로 이해했다.  "남아있는 나날"은 원서로 봤다. dignity 란 단어가 자주 나왔었다. 독신인 영국인 집사가, 새 주인에게서 휴가를 선물받고 미국 다녀오는 이야기. 한 여인을 사랑했으나 놓쳐버린 이야기.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다가 인생을 낭비해버린 남자의 이야기란다.  그렇다면 완전 내 이야기 잖아, 나 역시 그런데, 한 푼에 치사하게 굴고, 일 초를 못 견디면서, 내 인생은 통째로 흐지부지 써제낀 사람인데,  그녀 역시 결혼했다가 이..
24절기. 4계절, 12달, 4주, 365일,...... 시간을 나눈다. “메르시 크루아상"에서는 절기로 시장을, 시장에서 만나는 과일과 야채를 말했다. 나도 이제 내 인생을 절기로 꼽아봐야지. 애시당초 중국의 세월 셈법이고 근래 기후변화로 무시로 이상기후가 들이닥쳐 야단인데, 나는 또 뒷북인가, 매달 1일이면 마음 먹고 뭔가를 시작했다가 며칠 못가 다시 제자리인 난 새로운 달력을 달아보기로 한다. 계절로 치자면, 늦 여름, 달로 따져보면 8월, 절기로 치면 하지를 막 지났을까, 남반구로 이사가면 거꾸로가 되나? 갑자기 아주 거대하고 복잡한 시계 아래 내가 서있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아껴서 써야지. 지금 나는 가장 낮이 긴 하지를 지나 차츰 차츰 태양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1달에서 5일을 1후, 3후인 15일..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전은환과, 김지윤의 롱 테이크에서 아주 잠깐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이야기가 나왔다. 빌려서 봤다. 푸른 표지였고, 거의 30 년 전 책이라, 아무런 기대 없이 봤다.여행기라는 게 시의성과 밀착되어 있기에 단 몇 년 아니, 몇 달 전 이야기라도 시시해질 수도 있으니까 ,  그런데 아니었다.처음에는 자기전 읽고, 수업하다 중간 중간 읽고,  슬렁슬렁 읽고, 대충 읽었는데, 나중에는 정좌하고, 밑줄까지 치면서 읽고, 한번 더 읽었다.어차피 난 또 까많게 잊을 테지만, 기억 하나 남기지 않을 테지만,  하루키도 잊었을 테지만, 다시 읽고도 어쩌면 또 볼지도 모른다.  앙코르 와트 간다고 했을 때 아이들 줄 돈 준비해가라고 했던 여행기가 떠올랐다.  여행기를 볼 때마다, 그런 실질적인 팁들..
메르시 크롸상, 장바구니에 담긴 프랑스 목차프롤로그메르시 크루아상프랑스 시장 사용설명서시장의 마에스트로(플라시에, 캉탱 아쿤)영덕대게와 마요네즈(생선가게 마레 보보)트라디를 사세요(빵집 레미)푸주한의 특별 레서피(정육점 메종 기냐르)채소와 과일의 절기집(알리그르 가의 채소 좌판들)선량한 커피(커피숍, 얼리 버드)삶을 찬미하는 와인 한병(와인 가게, 코테 수드)봄, 여름, 가을 , 겨울 그리고 치즈(치즈 가게, 아르두앙-랑글레)찬바람이 불면(닭집, 샤퐁 달리그르)절구통 속의 여행(향신료 가게, 사바)오 솔레미오(이탈리아 식품점 살보, 마담 지니에의 리탈리앵)오후의 라디오(빈티지 가게, 메종 퀴예레)아페로 어때? (와인 바, 르 바롱 루즈)directory. 메르시 크루아상머리가 아닌 내 눈과 귀, 코로 감각할 수 있는 오늘의 프랑스자기가 파는 ..
허준이 서울대 졸업 축사 그냥, 명문입니다. 필즈상 수상자인 수학자 허준이의 서울대 졸업사는  시구나 싶었습니다.  역시나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시인이 되기를 꿈꾸며 오래 방황했다고 했습니다. 허준이 수학자가 하회탈처럼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내를 바라보며 꿀 뚝뚝 떨어지듯 웃는 모습은 흐뭇했습니다. 수능 시험을 당장 봐도, 국어 , 사회, 과학, 영어는 자신있지만, 수학은 자신없다는 말이 놀랍고도 재미있었습니다. 삼만, 1/2, 1/3정도가 숫자네요. ㅎㅎ 수학자답게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분의 일을 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