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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llengers-루카 구아다디노 "I am love"로 루카 구아다디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나랑 동갑이네, 이탈리아 친구군,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I am love"를 보면서, 이탈리아 귀족마냥 호사를 누렸다. 가구, 의상, 인물, 조명, 풍광, 요리, 그림, 그 모든 것들이 인류의 유산마냥 최고였다. " call me by your name" 은 호평에 비해 그저그랬다. 일단 우리나라로 치면 경북 봉화나 영양에 사는 소년이 방학 때 농활하러 온, 서울 강남의 연대 경영학과, 대학원생 형아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같은데 ㅎ 초등학생처럼 작고 마른 티모시 살라메가 너무 치명적인 척해서 좀 웃겼더랬다. 그렇게 감상평 말했더니 그 영화의 팬들이 날 어찌나 한심하게 보던지. ㅎㅎ 햇살과 마음을 간질이는 바람, 꽃과 과일의 향이 화면..
갤러리 현대, 김창열 전 나의 시어머니는 키도 체구도 작으시나, 손이 무지 크시다. 얼마나 손이 크신지. 그 커다란 손으로 엄청난 물건들을 주시며 나를 잡아보려하셨다. ㅎ 나는 정리에 젬병인데다, 물건에 대한 욕심도 없고, 무엇보다, 내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고 싶었다. 누군가 미리 계획하고 앞서서, 준비한 생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뭐든 잔뜩 주시려는 어머님과 아주 오랫동안 갈등했다. 아주 가끔 내가 어머님께 주십사 부탁하는 것도 있었다. 그 중 하나,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이 있는 달력이었다. 어느 해인가, 녹십자에서 나온 달력에 김창열의 물방울이 있었다. 나는 어머님께 저 달력을 꼭 갖고 싶다고 말씀드려 받았다. 그해가 다가도록 나는 12개의 물방울을 보면서 보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제게 그 물방울들을 선뜻 주..
보는 심장-eye contact Marina Abramović는 MOMA 에서 " An artist is present" 란 행위예술을 선보였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관객 중 누구라도, 마주하고 앉는다. 얼마든지 무슨 일이 있던지 자유다. 수많은 관객들이 그녀와 마주했고 그 중엔 옛 연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처럼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컨텐츠를 봤다. 카메라를 든 사람과 카메라를 바라보던 남녀, 부부가 곧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코가 빨개지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곧 카메라를 끌 수 밖에 없었다. 채 3분이나 흘렀을까,  솔로몬은 신께 "듣는 심장"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과연 신의 총애를 받은 지혜의 왕다운 바램이다.  한창 사춘기 아들과 실갱이 중인 나의 동생에게 보는 심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아무 말없이 ..
꿈처럼, 꿀처럼, 굴처럼 누군가  우리 나라의 장점을 말해보라 했다 치자, 모두들, 앞다퉈, 초고속 인터넷, 대중 교통,빠른 행정 처리, 인천 공항 등을 말하겠지. 한데 엄마는 상대방을 봐가며  우리나라를 다르게 자랑할 테야.  만일 그가 미식가에다 해산물을 즐긴다면, 무조건 굴을 손꼽겠어. 너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식당에서 굴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리는 지 아니?각굴이라고, 굴 껍질 채  큰 접시에 5-6개 담아서, 레몬 즙 좀 뿌려서, 기 십만원 받는단다.맛이 뭐 그리 특별한가,아니. 그것도 아냐. 커다란 은쟁반 위 얼음을 담아  그위에다 굴을 올린 후, 은식기와 함께 대접한단다. 흰장갑을 낀 웨이터가 하나씩 떼어내서 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아주 천천히 오래도록 음미하며 먹는다지. 뉴욕의 미슐렝 식당들은 굴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 위에서 아래로 넘는다. "누구나의 일생" 마스다 미리의 만화코로나 시절이야기이다. 그때도 난 일생일대 기회일거라 생각했다.늙어가는 지금도 대단한 기회일거라 믿는다.지구상에 세균이 번져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외출 금지에 비행기마저 발이 묶여서 어딘가로 가면 2주간 격리했다가 일보고 다시 귀국해서 또 2주간 격리해야 했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고, 외식이며, 모임 모두가 제한되었던 시절, 그 당시 우리 모두 집에 갇혀  먹고, 일하고 자느라, 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배민같은 온라인 시장이 급 성장하고, 학교가 급속하게  권위를 잃기 시작했다.  QR 코드로 우리의 동선이   다 추적되고, 우리의 공공의료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가 폴리스가 생길 때마다 이런 대재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마스크를 써야 하..
인문학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처럼. 30년전, 헨리 8세와 천일의 앤, 앤 블린의 딸 엘리자베스 1세가 그려진.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를 들고 다녔다. 영어 영문학과의 교과서였다. 습자지 처럼 얇은 종이가 수백장 엮인 아주 두툼한 책이었다. 과 친구들은 마분지처럼 두툼한 종이로 박스를 만들어 싸서 들고 다녔다. 그 두꺼운 책을 품에 안고 학교를 오가며 으쓱했더랬다. 이화 대학 영어 영문학과 학생이란 건 엄청난 자부심이었으니까, 그 책 표지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졌다. 철의 여인, 엘리자베스 여왕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무적함대를 물리친 군주, 그녀는 왼쪽을 바라보며 허리를 잔뜩 죄고, 턱 끝까지 바짝 올리고, 팔과 어깨를 과장해 부풀린 채, 갖가지, 보석과, 모피로, 벨벳으로 호화..
붓다와 소성 전-임상진 AI 전시회 나오는 길에 봉은사에 들렀다. 부처님 생신도 다가오는지라, 사찰은 북적이고 있었다. 햇살에 색색의 등은 둥근 문양이 되어 바닥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코엑스 지척에 절이 있다는 건 꿈같다. 몇 분 상관으로 AI 전시와 불교 사원을 동시에 볼 수 있다니 기적같다.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이 우리를 살맛나게 한다. 평지나 마찬가지인 경내를 둘러본다. 나현이의 극락 왕생을 빌며 분향했다. 가족들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경주에는 중생을 위해 엎드려 기도하는 부처가 있다고 한다. 그 부처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바로 옆 기둥에는 "붓다와 소성전"이란 전시회가 선불당에 열린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선불당에 들어가니, 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스타일의 랩 원피스를 입고 머..
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아나운서의 요리책이다. 난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입맛도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그녀와 나의 입맛이 얼마나 비슷한가 알고 싶었다.맛집 리스트가 비슷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한대도 무턱대고 믿음이 가니까, ㅎㅎ반대로 상대가 추천한 곳이 내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한데 자신의 입맛이 절대미각인 양, 상대에게 강요하면 더더욱 곤란하다.  그녀의 소개로 원더풀 샤브샤브에서 매운 게 튀김와 오징어 입 튀김을 맛있게 먹고, 공심채 볶음까지 접시 바닥까지 닦아먹었더랬지. ㅎ 소금지방 산 열 이후 오랫만에 요리책을 봤다. 일단 한접시 요리에, 간단하지만 보기 좋은 요리들이 많았다. 맛은 아직 다 보지 못했기에 거의 모든 요리가 유명 식당의 시그니처같으면서도 ,친숙한 재료에 해볼만 했다.  사실 한식이란 얼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