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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처럼, 꿀처럼, 굴처럼 누군가  우리 나라의 장점을 말해보라 했다 치자, 모두들, 앞다퉈, 초고속 인터넷, 대중 교통,빠른 행정 처리, 인천 공항 등을 말하겠지. 한데 엄마는 상대방을 봐가며  우리나라를 다르게 자랑할 테야.  만일 그가 미식가에다 해산물을 즐긴다면, 무조건 굴을 손꼽겠어. 너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식당에서 굴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리는 지 아니?각굴이라고, 굴 껍질 채  큰 접시에 5-6개 담아서, 레몬 즙 좀 뿌려서, 기 십만원 받는단다.맛이 뭐 그리 특별한가,아니. 그것도 아냐. 커다란 은쟁반 위 얼음을 담아  그위에다 굴을 올린 후, 은식기와 함께 대접한단다. 흰장갑을 낀 웨이터가 하나씩 떼어내서 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아주 천천히 오래도록 음미하며 먹는다지. 뉴욕의 미슐렝 식당들은 굴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 위에서 아래로 넘는다. "누구나의 일생" 마스다 미리의 만화코로나 시절이야기이다. 그때도 난 일생일대 기회일거라 생각했다.늙어가는 지금도 대단한 기회일거라 믿는다.지구상에 세균이 번져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외출 금지에 비행기마저 발이 묶여서 어딘가로 가면 2주간 격리했다가 일보고 다시 귀국해서 또 2주간 격리해야 했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고, 외식이며, 모임 모두가 제한되었던 시절, 그 당시 우리 모두 집에 갇혀  먹고, 일하고 자느라, 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배민같은 온라인 시장이 급 성장하고, 학교가 급속하게  권위를 잃기 시작했다.  QR 코드로 우리의 동선이   다 추적되고, 우리의 공공의료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가 폴리스가 생길 때마다 이런 대재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마스크를 써야 하..
인문학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처럼. 30년전, 헨리 8세와 천일의 앤, 앤 블린의 딸 엘리자베스 1세가 그려진. norton Anthology of English Literature를 들고 다녔다. 영어 영문학과의 교과서였다. 습자지 처럼 얇은 종이가 수백장 엮인 아주 두툼한 책이었다. 과 친구들은 마분지처럼 두툼한 종이로 박스를 만들어 싸서 들고 다녔다. 그 두꺼운 책을 품에 안고 학교를 오가며 으쓱했더랬다. 이화 대학 영어 영문학과 학생이란 건 엄청난 자부심이었으니까, 그 책 표지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그려졌다. 철의 여인, 엘리자베스 여왕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무적함대를 물리친 군주, 그녀는 왼쪽을 바라보며 허리를 잔뜩 죄고, 턱 끝까지 바짝 올리고, 팔과 어깨를 과장해 부풀린 채, 갖가지, 보석과, 모피로, 벨벳으로 호화..
붓다와 소성 전-임상진 AI 전시회 나오는 길에 봉은사에 들렀다. 부처님 생신도 다가오는지라, 사찰은 북적이고 있었다. 햇살에 색색의 등은 둥근 문양이 되어 바닥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코엑스 지척에 절이 있다는 건 꿈같다. 몇 분 상관으로 AI 전시와 불교 사원을 동시에 볼 수 있다니 기적같다.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이 우리를 살맛나게 한다. 평지나 마찬가지인 경내를 둘러본다. 나현이의 극락 왕생을 빌며 분향했다. 가족들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다.  경주에는 중생을 위해 엎드려 기도하는 부처가 있다고 한다. 그 부처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바로 옆 기둥에는 "붓다와 소성전"이란 전시회가 선불당에 열린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선불당에 들어가니, 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스타일의 랩 원피스를 입고 머..
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아나운서의 요리책이다. 난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입맛도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그녀와 나의 입맛이 얼마나 비슷한가 알고 싶었다.맛집 리스트가 비슷하면 그가 무슨 말을 한대도 무턱대고 믿음이 가니까, ㅎㅎ반대로 상대가 추천한 곳이 내겐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한데 자신의 입맛이 절대미각인 양, 상대에게 강요하면 더더욱 곤란하다.  그녀의 소개로 원더풀 샤브샤브에서 매운 게 튀김와 오징어 입 튀김을 맛있게 먹고, 공심채 볶음까지 접시 바닥까지 닦아먹었더랬지. ㅎ 소금지방 산 열 이후 오랫만에 요리책을 봤다. 일단 한접시 요리에, 간단하지만 보기 좋은 요리들이 많았다. 맛은 아직 다 보지 못했기에 거의 모든 요리가 유명 식당의 시그니처같으면서도 ,친숙한 재료에 해볼만 했다.  사실 한식이란 얼마나 ..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이다. 신구, 박근형의 연극을 보기 위해서 책을 봤다. 구순에 가까운 연극 배우가 장기 공연을 한다는 데, 연극 배우하는 제자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남산 달오름 극장에서 봤다. 모든 예술 작품은 제목이 그 반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 " 고도"란 작가 사무엘 베케트도 잘 모른다고 한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르고 계속 기다린단다. 고도란 누구일까, 미래, 희망, 예수, 구원, 사랑, 결혼, 가족, 죽음, 기억, 치매,........ 그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리고 매번 달라진다. 희곡을 읽을 때마다, 연극을 볼 때마다 달라진다고 한다. 나는 1부 시작하자마자 졸았다. 함께 간 지인에 따르면 옆 사람의 어깨에 기대서 자기도 했단다. 머리를 흔들면서 신나게..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 최영미 시인의 새로운 시집이다.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시집의 표지는 구스타브 꾸르베의  "트루빌의 검은 바위들"이다. 최영미 시인의 얼굴이 나온다.그녀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사진은 담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몇 번이나 만나고 봐서 안다. 그녀의 시와 글은 30년 넘게 봐왔다.  목차를 지나, 첫 시를 읽었다. 푹 하고 웃었다.너무나 그녀답게 웃겼다. 거리에 서서 시를 사진찍어 하영에게 보냈다. 그녀도 보자마자 웃었다고 한다.  웃기는 시라니. ㅎㅎ  팜므 파탈의 회고 내가 칼을다 뽑지도 않았는데그는 쓰러졌다. 그 스스로 무너진 거다.  Revenge is a dishunlike pizzabest served in cold >잡지에서 오려낸이탈리아 속담을 오래도록 물고 다녔다.단맛이 ..
봄밤, 하루키,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총선이 끝났다. 꽃은 지니 녹양방초가 싱그럽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려 대청소를 했다. 서재를 정리하다, 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많아서 놀랐다 . 나는 그의 소설보다는 산문을 좋아한다. 특히 달리기, 외국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아주 인상깊게 봤다. 꽤 괜찮은 여행기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많은 하루키 산문집을 가지고 있는 줄이야... 학생들 중간 기말 시험 후, 시내 서점에 들러 한권씩 샀구나, 한 시간 가량 그의 산문을 읽으며 마음과 머리을 달랬구나 싶다. 5, 7, 10, 12월 마다, 난 광화문 교보에 홀로 들러, 난, 서가에서 위스키 한잔 마시고 온 셈이다. 무려 20년 넘게, 일을 줄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나와 마주보게 되었다. 밤마다,백포도주를 한잔씩 마신다. 성탄절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