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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코끼리 넣기-코끼리 베이글 새벽에 깨보니 남편이 연락없이 집에 오지 않았다. 일단 아침을 먹고, 다림질을 했다. 며칠 전 빨아서 밀가루 풀까지 먹여 말려둔 흰 옷들, 흰 레이스 블라우스 흰 보석 블라우스와 흰 원피스를 다림질 하다가, 8시 넘었길래 버스를 타고, 양평동 코끼리 베이글에 갔다 8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줄서있다.. 그곳이 성수나 서촌 같은 이른바 핫한 동네였다면 나는 가지 않았으리. 그것도, 2번이나 헛걸음해놓고 다시 작은 공업사들이 즐비한 , 이른바 후진 동네였기에, 도저히 유명한 베이글 집이 있을 거 같지 않은 곳이었기에, 절대로 그냥 지나가다 들를 수 없는 곳이기에, 베이글 반죽을 성형해서, 뜨거운 물에 삶았다가, 참나무 화덕에 집어 넣고, 다시 물을 뿌려 또 구워 곧바로 내주는 집이라 갔다. 천장은 높..
도서관에 갔다. 바람이 많이 불고, 햇살은 따뜻한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날 도서관에 갔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람들이 붐볐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렸다. 호원숙의 "나는 튤립이에요"를 빌리려는데 유아용 도서층으로 가란다. 최영미의 "안녕 내사랑" 예전에 김희선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 제목이었는데, 오래 기억난다. 안녕 내사랑, 헤어지는 인사일까, 만나서 하는 인사일까, 나는 아무래도 헤어지는 인사같다. 만난다면, 안녕 내 사랑이라 하지 않고, 달려가 목을 껴안고 매달릴 테니까, 얼굴을 부비며 키스하고, 어깨와 등에 손을 둘러 껴안을 테니까, 손을 잡고 나란히 설테니까, 그냥 웃을 테니까 어떤 말도 필요 없으니까, "내 사랑"이란 말도 수상쩍다, 그럼 상대방은 "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멀어지며 하는 말..
한남동 나들이-아스티에 드 빌라트 한남동을 다녀왔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던 젊은이들의 ,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생긴지 1년이었다. 그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녀왔다. 한남동은 참 신기한 곳이다. 이태원과 나란히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다 품고 있다. 이슬람 사원, 각나라의 맛집들, 미술관, 플래그 쉽 스토어등, 문화원이나 대사관들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집들도 모여있다. 내게 한남동은 한때 리움을 가기 위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자리한 곳이다. 프랑스산 그릇 가게이다. 언제부터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거의 모든 매체를 휩쓸어버린 비싼 그릇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다. 아주 얇고, 하얀 그릇들이 가득하다. 물론 나는 그릇에도 관심이 별로 없고, 사는 데는 더더욱 그렇다. 저 돈을 주고 사서 정리할 ..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매일 핸드폰만 보다가 눈 나빠지고 머리는 더 나빠지고, 이제 더 나이들면 못볼 거 같아서,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읽고 있어요. 러시아 소설 아시죠. 어떨 때는 알렉세이 다음줄은 알료샤, 또 그 다음줄은 어쩌고, 뭔 놈의 이름은 그렇게 헷갈리는지. 때려친 적 많았어요. 애칭, 별칭, 줄임말, 등등 같은데 등장 인물도 엄청나게 많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까라마조파의 형제들" 많이 추천했으나, 몇번 보다가 번번히 실패한 작품인데요. 왜 고전인 줄 알겠고, 왜 도스토예프스키가 위대한 작가인 줄 알겠고, 어째서 러시아가 무시못할 대제국을 이어나가는지 알겠습니다. 1/5 가량 읽었는데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두려울 정도로 정확하고 매섭습니다. 그건 러시아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한국의 김가네(..
바바라 쿠니-미스 럼피우스 1917년에 태어나 2000년에 죽은 바바라 쿠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있다. , 미스 럼피우스 , 해치와 거친 파도 등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바라 쿠니의 작품을 보면, 192-30년대의 미국 중산층의 삶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북유럽계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 생활과, 뉴욕과 보스턴의 삶을 풍속화처럼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그 당시의 인테리어, 의상, 건축, 도시, 기후 등을 고스란이 가져와 펼처놓는다. 삽화 하나하나가 우리로 치면, 박수근이나, 정선과 같은 풍속화이다. 그러니까, 1930년대 이민자 출신 미국 중산층 여인들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완서, 제인 오스틴, 타샤 튜더, 와 같은 여인의 초상이다. 나는..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나를 위해 정찬을 차렸다. 민어를 장만했다. 물론 한여름의 생물은 아니다. 냉동했던 민어를 사다가, 비늘을 긁고, 내장을 다 빼내고,, 소금을 쳐서, 채반위에 올려서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꾸덕하게 말렸다. 사람들이 분명 부서 조기일거라고, 민어가 그렇게 쌀리가 없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부서와 비슷했다. 부서 조기는 많이 먹어봤기에 그 맛을 잘 안다. 그렇지만 민어라 믿고 해보기로 했다. 장만해봐야 냉동해서 해동한 생선이라 살이 푸석거릴 거라고 했다. 그래도 민어라 믿고 해보기로 했다. 온 집에 비린내를 풍기며 민어를 말리고 기름 내음을 풍기며 민어를 구웠다. 부서가 아니다. 민어인지는 잘모르겠지만 부서는 아니다. 민어같다. 언젠가 이정임 선생님 댁에서 민어 찌게를 대접받은 적 있다. 그때 맛과 닮았다..
The pot call the kettle black, 새 주전자를 산지. 3년이 넘었다. 물건을 사면 오래 쓰는 편인데다, 지금 사면 아마 죽을 때 까지 쓰겠구나 싶기도 하고, 차를 많이 마시니까, 마음에 딱 드는 주전자를 사고 싶었다. 정말 이거다 싶은 주전자를 찾을 때까지 족히 1년 가까이 밀크 팟에 물을 끓일 정도로 심사 숙고했다. 스테인레스일것, 단순한 디자인, 튼튼할 것, 씻기 편할 것, 물이 끓을 때 빽빽거리는 것도, 싫고, 곡선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종잇장처럼 얇은 재질도 꺼림직했다. 단순하게 묵직하지만, 어딘지 유머스럽고, 안정감이 있는 주전자와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다. 쓰고 보니, 이런 배우자라면 최상이겠구나 싶다. 북구 어느 나라 겨울 난로가에 겨우내내 올려있는 주전가이길 바랬다. 나는 여전히 인터넷 쇼핑보다는 직접 가서, ..
마포 중앙 도서관에서 이 순신을 찾기 도서관에서 "공대를 가고 싶어졌습니다"라는 책을 보는 순간 공대 가고 싶어하는 제자가 떠올랐다. 빌려와서, 읽어보라며, 다 읽으면 만원 주겠다고 했다. 2주 기한인데, 녀석은 올때마다 자거나, 핸드폰을 보고, 그 책을 읽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1주일 더 반납일을 연장했다. 3주가 지났으니, 시험 기간이니, 들고 오라고 했다. 번번히 잊어버리고 들고 오지 않았다. 마침내, 반납 기한도 넘기고, 꼭 들고오라고 부탁한 날은 아예 수업에 오지 않았다. 그 다음날 시험이 있다고, 그 어머니께 이미 반납 기한이 10일 넘었다고 말씀드리고, 마포 중앙 도서관에 꼭 둘려줘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학생 대신 그 책을 가져다 주셨고, 나는 한밤중에 도서관에 반납했다. 아마 연체료가 붙었겠지 하여튼, 책을 대출 하..